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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4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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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아트센터 지하 2층 연습실
리허설은 오후 3시부터 였지만 배우들은 모두 1시간 전부터 나와 있었다.
정재영부터 연습이 시작됐다. 그는 면접 시험이라도 치르듯 일렬로 죽 앉아있는 선후배들 앞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는 지문에 따라 정재영이 심각하게 대사를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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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이 얘기…누구한테 또…하신 적 있으세요?”
순간, 장난기 어린 말투로 장감독이 던지는 말. “다∼아 안다, 인터넷에 떴다”
터지는 웃음. 연습실의 긴장이 풀린다.
# 변한 것, 그리고 변하지 않은 것
2년여전 무명이나 다름없던 신하균, 정재영, 임원희는 이제는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는 스타가 됐다. 연극에서 출발해 영화로 ‘뜬’ 뒤 다시 연극으로 돌아온 느낌은 어떨까.
“연극은 함께 목욕하면서 서로 때 밀어주는 푸근한 작업.” (정재영)
“배우의 자세를 다지고 공부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신하균)
“지금도 대학로에서 연극을 자주 본다. 얼마전에도 ‘거기’를 봤다.” (임원희)
스타에 대한 특별 대접도 있을까? ‘웰컴…’ 제작발표회장에서 출연 배우를 소개할 때 이들의 이름은 13,14,15번째로 불렸다. 2년전과 달라진 것을 묻자 임원희는 “개런티가 좀 올랐나?”하며 웃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이 연극에서 받는 개런티는 ‘충무로 시가’의 10분의 1안팎이다.
장감독은 “연극을 대하는 열정은 다들 하나도 안 변했다”고 했다.
옆에 놓인 임원희의 휴대폰을 열어봤다. 휴대폰 창에 입력돼 있는 문구는 ‘나는 중대장이다’. (중대장은 그가 맡은 배역이었다.)
# 10년지기들의 ‘수다’
사석에서 장감독(31)은 ‘재영아’‘원희야’‘하균아’로, 정재영(32)과 임원희(32)는 장감독을 ‘선배’로 부른다. 신하균(28)은 모두 ‘형’이라고 한다. 정재영과 임원희는 장감독보다 나이가 많지만 학교는 1년 후배. 흔히 ‘장진 사단’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모두 서울예대 선후배 사이로 10년 이상 함께 작업해왔다. 장감독이 대표로 있는 프로덕션 ‘수다’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이기도 하다. 장감독은 “늘 똑같은 배우만 캐스팅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서 새로운 면을 뽑아내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영화와 연극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장감독은 연극계에서 ‘불패신화’를 자랑했다.‘택시 드리벌’ ‘매직 타임’등에서 톡톡 튀는 연출 감각을 보여준 그의 연극은 매번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이젠 20대도 아니고…. 예전처럼 아이디어로 ‘장난’을 치지 않고 만들어 연출력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리허설 틈틈히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날리고, 무슨 말이든 농담으로 받아치던 그도, 작품에 대해 말할 때면 진지해졌다.
“‘동시대’를 살면서도 ‘동세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벽이 너무 많아요. 6·25세대, 4·19세대, 5·16세대, 385세대, X세대, N세대…. 저는 이 벽을 허무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웰컴…’은 6·25세대가 허허, 웃으면 그 옆에서N세대도 낄낄 댈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될 겁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웰컴 투 동막골
한국전쟁 중인 1950년 가을 강원도 산골.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오지 마을인 동막골에 연합군 비행기가 추락한다.
이 마을에 인민군(전쟁을 대변하는 자)과 국군(전쟁에 지친 자)까지 오게 되면서 이들과 주민(전쟁을 모르는 자), 그리고 미군(전쟁을 객관적으로 보는 자)사이에 벌어지는 긴장과 화해를 다룬 ‘전쟁 팬터지’.
연극으로는 드물게 4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윤주상, 정규수, 이용이 등 중견 연극 배우와 코미디언 임하룡이 출연한다. 다음달 1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강남 LG아트센터. 평일 오후 8시, 주말 및 공휴일 오후 3시,7시. 월 쉼.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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