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애널의 침묵'에 알짜가 숨어있다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9시 37분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종목 중에 알짜가 숨어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다루는 종목은 주로 삼성전자 SKT 등 대형 우량주다. 반면 실적이 좋은 소형 우량주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인기 종목 가운데 수년째 기업분석 보고서가 한 편도 나오지 않은 종목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종목 중 의외로 숨은 진주가 적지 않다. 제도권이 외면하는 종목이라도 그 이유를 잘 살펴 옥석(玉石)을 가리는 게 현명한 투자 태도라는 지적이다.

▽돌(石), 거들떠보지 말자〓‘분석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없는 경우이다.

시장에 널리 알려졌고 거래량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연구를 해 보니 회사로서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이런 회사는 아무리 투자자의 관심이 많아도 애널리스트들이 외면한다.

원칙대로라면 애널리스트가 “팔아라”는 매도 추천 보고서를 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증시에서 그런 내용의 보고서를 쓸 정도로 용기 있는 애널리스트는 많지 않다. 애널리스트의 침묵을 투자자들은 알아서 ‘매도 추천’으로 해석해야 한다.

보안업종 대장주이지만 지난해 이후 단 한편의 보고서도 나오지 않은 장미디어가 대표적. 이 종목은 애널리스트의 외면 속에 올해 초 결국 대표이사가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올해 3월 이후 단 한편의 보고서 없이 주가가 급락한 씨엔씨엔터프라이즈도 전문가들이 침묵으로 ‘매도 추천’을 한 경우다.

▽옥(玉), 숨은 진주들〓우량주 가운데에서도 보고서가 없는 종목이 있다.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애널리스트의 주요 고객은 기관투자가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는 고객의 관심종목 위주로 보고서를 만들 수밖에 없다. 우량주라도 유통물량이 너무 적거나 주가가 지나치게 안정적이어서 단기 변동이 크지 않은 주식은 기관투자가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종목은 오히려 개인투자자에게 절호의 장기투자 기회를 준다.

유통물량이 적다는 것은 수천억원씩 다루는 기관투자가에게 문제가 될 뿐 개인투자자에게는 별문제가 안 된다. 또 주가 변동이 적다는 것은 몇 개월마다 정산을 해야 하는 펀드매니저에게는 약점이지만, 오래 주식을 보유해도 제약이 없는 개인에게는 오히려 강점이다.

수년째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장기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신영와코루나 동일방직 등 내수 우량주, 최근 경상이익 증가와 자회사 재평가로 주가가 오름세인 디피아이 코메론 태경산업 등이 이런 사례.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운용팀장은 “애널리스트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덩달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평범한 투자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것이 좋은 투자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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