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김두한의 밤’…SBS 드라마 ‘야인시대’ 전국 열풍

  • 입력 2002년 10월 16일 01시 05분


15일 밤 서울역 대합실에 있는 대형 TV에서 여행객들이 SBS ‘야인시대’를 보고 있다. 안철민기자
15일 밤 서울역 대합실에 있는 대형 TV에서 여행객들이 SBS ‘야인시대’를 보고 있다. 안철민기자
일제 강점기 서울 종로의 자존심을 지킨 김두한(金斗漢)의 삶을 담은 SBS 드라마 ‘야인시대’가 15일밤 TV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날 방영 내용은 김두한(안재모)과 구마적(이원종)의 한판 대결로 ‘야인시대’의 하이라이트. 김두한이 이 싸움에서 승리해 종로의 ‘대부’가 되기 때문에 극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는 대목이다.

이날 밤 서울 청구성심병원 영안실 앞 상가에는 30여명의 문상객이 TV 앞에 모였다. 김모씨(36·회사원)는 “오늘 결투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아 문상을 마친 뒤 인근 식당에서 ‘야인시대’를 봤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를 간병하던 장방례(張芳禮·69)씨는 “저녁에는 집에 가지만 이날은 ‘결투’장면을 보기 위해 남았다”며 다른 간병인들과 함께 손에 땀을 쥐며 시청했다.

서울 시내 유흥가와 식당가들도 직장인들이 회식을 미루고 서둘러 귀가한 탓인지 비교적 한산했다.

술집 ‘G’의 마담 우모씨는 “이날은 손님들이 김두한과 구마적의 결투를 봐야 한다며 TV를 갖고 오라는 통에 혼났다”며 “어떤 손님은 아예 대리운전사 대기실에서 TV를 보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밤 시청자들은 구마적이 패한 뒤 부하들을 뿌리친 채 깨끗이 떠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金皓起) 교수는 “최근 대선 정국에서 국민은 정계의 ‘음모와 배신’에 신물이 나 있다”며 “비록 거리의 주먹패들에 불과하지만 정정당당한 승부에 깨끗이 승복하는 이들을 보며 시청자들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야인시대’는 7월29일 첫 방영 이래 시청률이 급상승하면서 14일 전국 시청률 47.5%를 기록했다. SBS측은 15일밤 시청률은 50%를 쉽게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은 KBS2 주말극 ‘첫사랑’(1997년)이 기록한 65.8%다.

이에 따라 ‘야인시대’ 신드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충남 홍성과 보령에 각각 있는 김두한의 부친 김좌진(金佐鎭) 장군의 생가터와 묘소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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