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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3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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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998년 신세기통신이 내놓은 ‘017 패밀리 요금제’ 회원. 이 요금제는 시작과 동시에 회원 44만여명을 끌어모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으나 회사측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6개월 만에 폐지했다. 그러나 기존 회원들은 배터리를 바꿔가며 5, 6시간씩 통화를 하는 혜택을 계속 누려 왔다.
장시간 통화가 필요없게 된 회원들은 높은 가격에 휴대전화 번호를 팔아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명의를 변경할 경우 요금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에 대개 서류상 소유자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은밀히 번호를 사고 파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개인 신상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은밀히 패밀리요금제 번호를 파는 경우가 줄고 있다. 휴대전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돌아올 피해가 요금제를 팔아서 받을 수 있는 돈보다 더 심각하다”는 인식이 공감을 얻고 있는 것.남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쓴다는 것 역시 마음에 걸리기는 마찬가지. 최근 어느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올라온 한 017 번호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입찰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패밀리 요금제 사용자 수도 99년 30만명에서 2000년 22만5000여명, 지난해 18만3000명을 기록, 3년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패밀리요금제의 부담을 떠안은 SK텔레콤이 온라인상 번호 거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도 한가지 이유. SK텔레콤은 그동안 인터넷 경매 사이트 등에 올라오는 입찰건을 찾아내 “위법이므로 절대 사지 말라”는 ‘경고문’을 띄워왔다. SK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상대방이 못 미더워 계약서를 쓰는 경우에도 위법인 행위에 대한 계약은 무효여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 같은 거래가 약관에 위배되는 위법행위이므로 적발시 법적조치될 수 있다는 ‘괴담’도 덧붙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무제한 통화의 혜택을 계속 누리려는 회원들의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요금제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