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31…백일 잔치 (16)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28분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쓰르라미가 요란스럽게 울어대는데 어디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쓰르람 쓰르람, 이 사람의 마음도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남편의 옆얼굴을 쳐다보는 희향의 머리통을 혼신의 힘을 준 열 손가락이 움켜쥐고 있는 듯한 두통이 엄습했다.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누가 내 머리를 짓뭉개려 하고 있다, 당신? 그 여자?

“목욕탕 다니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네”

“여름이 되면 다들 강에서 씻으니까”

“추석하고 설날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돈데”

“너무 비싸다. 한 사람에 20전씩이나 하니까, 넷이면 80전이다”

“오늘은 우근이 백일잔칫날이다.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다”

아이스 케-키! 아이스 케-키! 목에다 커다란 철가방을 멘 소년이 소리를 지르면서 다가왔다. 아이스 케-키! 아이스 케-키!

“앗! 정태다!”

우철이가 뛰어가 아이스케이크를 파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소원이가 겨우 뒤따라가 우철이 옆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희향은 몸을 질질 끌 듯이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

“깎아 주라”

“못 깎는다”

“우철아, 불쌍타. 겨우 4전인데 값을 깎으면 되나”

“…2전만 받겠습니다”

“은혜입었네”

“은혜입었재. 여름 방학 숙제 부탁한다”

“걱정마라”

“2전입니다”

“정말이가? 그래도 괜찮나?”

“괜찮습니다”

희향은 2전을 건네고 철 가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각가지 색이 알록달록한 네모 아이스 케이크가 녹지 않도록 왕겨 속에 묻혀 있다. 빨강, 노랑, 파랑, 분홍.

“난 팥이 들어간 게 좋더라”

“나는 노랑”

“자 이제 시장에 가자. 우철이 아버지는 먼저 집에 가 계시소”

“나도 갈란다. 바람도 쐴 겸”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오가는 사람들은 남자가 여자나 어린아이들이나 노인이나 모두 하얀 한복을 입고 있다. 여름이 되면 모든 사람들의 옷이 하얘진다. 배냇저고리처럼, 상복처럼, 여름은 시작과 끝의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하양, 하양, 하양.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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