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병풍수사 질질 끌지 말라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22분


병풍 수사가 시작된 지 두 달에 가깝지만 의혹의 진상을 짐작할 수 있는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수사 결과가 대통령 선거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당연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최근의 상황은 검찰이 너무 오래 끌면서 일부러 수사속도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이번 국정감사 역시 정책 감사는 실종되고 병풍을 둘러싼 여야의 싸움판이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같은 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폭로한 김대업(金大業)씨와 서울구치소에서 함께 복역한 마약사범의 진술 테이프를 공개했다. 전과 6범과 마약사범 중 누구의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를 국감장에서 가리겠다는 것인가. 정치권이 검찰 수사를 자신들 쪽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시도도 없어야 한다.

대선에 임박해 유력한 후보와 관련한 고소 고발 사건이 검찰로 몰려들어 수사기관을 선거판에 끌어들이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고 국민의 관심 또한 높아 검찰로서는 어느 쪽에 기울어지지 않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의무가 있다.

서울지검 국감에서 김진환(金振煥) 지검장은 수사 진척상황과 종결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신속하게 수사를 끝내겠다는 표현만 반복했다. 물론 검찰이 김대업씨나 특정 정당이 제기한 의혹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한없이 끌고 가서도 안 된다. 김 지검장 말대로 한정된 기간 내에 신속하게 수사를 마치려면 사건의 본질에 수사력을 집중하면 된다.

고소 고발 사건은 3개월 이내에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훈시 규정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에 수사가 종결돼야 한다. 검찰은 병풍 수사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마무리지어 국민이 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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