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산 ‘상습 침수지역’ 오명 벗었다

  • 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53분


제구실을 못하던 빗물펌프장 때문에 '수해 단골지역'이었던 경기 파주시 문산읍이 그간 펌프장 시설을 대폭 늘리는 등의 노력 끝에 이제는 '수해 안전지대'로 탈바꿈했다. - 문산=이동영기자
제구실을 못하던 빗물펌프장 때문에 '수해 단골지역'이었던 경기 파주시 문산읍이 그간 펌프장 시설을 대폭 늘리는 등의 노력 끝에 이제는 '수해 안전지대'로 탈바꿈했다. - 문산=이동영기자
【경남 함안군 등지의 수재민이 상경 시위를 하고 관계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올해 집중 호우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하지만 과거 큰비가 내릴 때마다 수해를 당했던 경기 파주시 문산읍은 올해 의외로 수해를 입지 않았다. 이는 수재의 교훈을 잊지 않고 만반의 대비를 한 덕이었다.】

▽지역특성〓2만8000여명이 사는 문산읍 시가지는 주변 문산천과 동문천의 평균 수위보다 4∼5m가 낮은 저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여름 물난리가 잦았고 ‘상습 침수지역’이란 오명을 얻었다.

1996년 임월교 부근 제방이 터지며 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겼고, 미군캠프 ‘자이언트’ 부근 제방이 무너진 99년에도 사상 최악의 침수 피해를 보았다.

▽대비 실태〓하지만 올해에는 8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문산읍 일대에 244㎜의 집중호우가 내렸으나 피해는 전무했다. 99년 이후 336억원을 들여 각종 수해 예방 조치를 하는 등 철저히 대비한 덕분이었다.

하천 주변을 철옹성 같은 제방으로 둘러쌌고, 대형 빗물펌프장 4곳을 짓거나 증설했다. 제방 주요 지점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했다. 읍내를 지나는 철교도 제방 둑을 높이며 더 높게 재시공했다.

지난해에는 문산기상대가 설치됐다. 이 기상대에는 호우주의보 발령시 이장과 공무원은 물론 부녀회장, 관리소장, 취약지 주민 등 3664명에게 유무선 전화로 신속하게 상황이 전해지는 자동예보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각 마을에는 하천 순찰활동을 펴는 수방대도 설치되어 있다.

▽주민반응〓홍승배(洪勝培·54) 문산읍장 등 26명의 문산읍 공무원도 빗줄기가 굵어지면 퇴근 후에라도 사무실로 달려와 밤샘을 한다.

문산읍 이장단협의회 회장인 선유4리 민병호(閔丙浩·56) 이장은 “한때는 빗방울만 굵어지면 짐을 꾸리기 바빴으나 이제는 큰 시름을 덜었다”고 말했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수해 예방조치를 할 때 일부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올해 집중호우에도 전혀 피해를 보지 않은 주민들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적기”라며 서로를 다독거렸다.

문산읍 주민은 늘 수해를 당해온 처지였지만 이제는 남을 도울 수 있게 되었다. 경남지역 이재민을 돕기 위해 모금을 하고 구호물품도 전달했다. 의용소방대원 등은 현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민 이장은 “수해 때 각계의 도움을 받았기에 ‘이제는 은혜를 갚을 때’란 생각으로 모두 적극적이다”고 전했다.

대진대 토목공학과 장석환(張碩桓·43) 교수는 아직도 불안한 요소를 몇 가지 지적했다. 동문천에 설치한 문산철교와 문산2교의 교각이 15개에 이르고 설치방향도 비스듬해 물길을 막을 위험이 있다. 또 동문천과 합류하는 향양천 일대도 하천 폭은 좁은데 무리하게 제방공사를 해 물빠짐 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

문산읍 관계자는 “앞으로도 계속 시설과 시스템을 보완해 문산을 수해 안전지대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문산〓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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