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보름달 따던 날´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08분


◇보름달 따던 날/줄리언 쉬어 글 로널드 힘러 그림/32쪽 9000원 소년한길(만 5세∼초등 4학년)

달빛이 창 안으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밤. 내일이면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한다. 시간을 멈추고 싶어하는 소년은 하늘에 걸린 보름달을 따 버리기로 마음먹는다. 빌리는 팔을 창 밖으로 내뻗었다. 달은 수천km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팔을 멀리 더 멀리 뻗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소년의 팔이 진짜 달에 닿았다. 밝고 하얗고 둥근 달, 저녁내내 친구들과 함께 쳐다보고 놀았던 바로 그 달이었다.

소년을 팔을 잡아당여 달을 방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방안은 온통 밝은 보름달 빛에 휩싸였다. 그때 엄마의 발소리가 들렸다. ‘어서 불 끄고 자라.’ 보름달 빛이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것을 엄마가 본 것이다. 소년은 달을 굴려 벽장에 넣었다. 그래도 달빛은 벽장 문틈과 열쇠 구멍으로 새 나왔다. 바로 그 때 엄마가 다시 소리쳤다. 이번에는 딱 한마디였다. “얘야.” 소년을 달을 숨길 다른 곳을 찾아봤다. 의자 두 개를 끌어다놓고 이불을 덮어씌워 천막을 만들고 그 밑으로 달을 굴려 집어넣었다. 하지만 달빛은 별로 희미해지지 않았다. 엄마가 방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엄마가 달을 보면 어떻게 될까. 소년을 할 수 없이 달을 제자리에 갖다 놓기도 마음먹는다.

방학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소년의 마음이 잘 드러난 동화. 미국의 시골풍경을 잘 표현하고 있는 로널드 힘러의 멋진 수채화가 반딧불이와 보름달과 아이들이 어우러지는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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