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5000억 장학재단 이사장관련 추대 3원칙 제시

  • 입력 2002년 7월 25일 18시 59분


이건희(李健熙·사진) 삼성그룹 회장이 국내 최대 규모인 5000억원대 기금으로 운영될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의 이사장직을 고사하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명망가를 이사장으로 추대하라”고 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지시했다.

삼성 구조본 고위 관계자는 25일 “당초 구조본에서는 이 회장이 직접 재단이사장을 맡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회장께서 ‘삼성그룹과는 관계없는 명망가가 사심 없이 재단을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혀 현재 적임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사장 추대와 관련해 △삼성관련 인사를 배제할 것 △정치색이 없는 인사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명망가이어야 할 것 등 3가지 원칙만 제시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회장의 ‘지시’는 부(富)의 사회환원과 인재육성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시작되는 이번 장학사업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돼 국가 인재를 키우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 구조본은 다음달 말까지 외부인사 출신의 이사장을 추대하고 재단 사무국 설립을 마무리한 뒤 9월부터 장학생 선발 등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삼성은 또 재단이사회에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포함시켜 재단 운영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과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보 등의 사재를 출연해 1차적으로 1500억원의 기금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내년까지 계열사들의 추가 출연으로 기금을 5000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장학재단은 공모와 선발과정을 거쳐 9월에 학부과정 25명, 석사과정 50명, 박사과정 25명 등 100명을 선발, 1인당 연간 5만달러씩을 지원한다. 2005년에는 연간 지원 장학생을 300∼400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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