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日경찰 “휴∼ ”

  • 입력 2002년 6월 3일 17시 25분


일본 경비당국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2일 스웨덴과 첫 시합을 치른 잉글랜드의 극성 팬들이 소동을 벌이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웠으나 아무 일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번 월드컵의 ‘최대의 적’을 훌리건으로 상정했다. 훌리건의 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입국관리법까지 개정하고 훌리건을 적발하기 위해 영국의 전문경찰관들을 초빙했다. 또 방패나 경비복 등을 가벼우면서도 강한 재질로 바꾸고 강도 높은 진압훈련을 계속해 왔다. 나리타(成田)와 간사이(關西)공항에서 ‘훌리건’으로 밝혀져 강제출국당한 영국인은 10명에 이른다.

일본 경비당국은 잉글랜드와 스웨덴전이 벌어진 사이타마(埼玉)스타디움에 4000여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그러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밤 도쿄의 최대 환락가 롯폰기(六本木)에서 또 다시 눈을 번뜩여야 했다.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서포터(응원자)들 뿐만 아니라 이바라키(茨城)에서 경기를 마친 아르헨티나와 나이제리아의 서포터들도 모두 롯폰기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밤 10시반경 롯폰기는 국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서포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찰은 2000여명을 동원해 ‘조용히’ ‘이동하세요’라고 쓴 피켓을 들고 이들이 충돌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서포터들은 오히려 “일본 경찰이 무섭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훌리건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해 불상사가 벌어질 경우 월드컵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치안강국 일본’의 이미지도 큰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경찰은 특히 7일 삿포로(札幌)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전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포클랜드 전쟁 등으로 두 팀간의 ‘원한’이 깊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개최 하다보니 일본 매스컴들도 종종 한국과 여러가지를 비교한다. 경비대책도 그 중 하나다. 일본의 한 TV는 한국이 테러방지를 위해 미사일과 전투기를 대기시키고 화생방공격에도 완벽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일본은 뭘 하고 있는 것이냐”며 걱정스러워 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은 일본에서도 들어맞는 것 같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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