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월드컵 기간중 보신탕 시식회

  • 입력 2002년 5월 7일 18시 43분


▼외국인에 우리 고유 음식문화 알릴 호기▼

과음한 다음날 아침에는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콩나물 해장국에 매운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마시는 것이 주당들의 속풀이용 ‘해법’임을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러한 우리의 식문화의 상식을 알 리가 없기에 우리의 오래된 보신탕문화에 대해서도 지독한 편견과 사시를 가지고 접근해 ‘감 놔라, 대추 놔라’고 삿대질하는 것이다.

월드컵 때 보신탕 시식회를 하겠다는 의도는 이러한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편견을 깨겠다는 일종의 고육지책성 퍼포먼스 행위이기에 찬성한다. 살아 있는 원숭이의 골까지 빼먹는 잔인한 외국인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타국의 식문화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따위의 일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우리의 보신탕문화는 그 대상이 애완견이 결코 아님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홍경석 대전 동구 성남동

▼당당한 우리 음식… 관광상품으로 개발을▼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이라는 돌출 발언 이후 개고기 식용문화에 대한 논란과 함께 전국개고기연합회가 월드컵 기간에 보신탕 시식회를 연다고 한다.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다. 물론 국내외의 동물보호단체나 애호가들의 거센 반발도 있다. 하지만 익숙지 않은 음식이라는 이유로 ‘개’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다. 프랑스와 스위스에는 말고기문화가 있듯이 나라마다 고유의 음식 문화가 있다. 따라서 문화적 상대성에 입각해서 다른 문화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지양되어야 하며 자기 고유 문화에 대한 일부의 왜곡된 시각에는 당당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프랑스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개고기 시식회가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고 한다. 참 흐뭇한 일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외국인들에게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세계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한효민 서울 서초구 서초4동

▼구미국가에 꼬투리 잡힐 일 꼭 해야하나▼

우리의 사고에는 일제 식민지국가였다는 사실에서 오는 지울 수 없는 피해의식이 있는 것같다. 이번 보신탕시식회 개최 계획 역시 이런 뿌리깊은 피해의식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열강국가에 인정받고 허락 받아야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약소국 국민의 의식, 바로 이것이 엿보인다. 보신탕은 자주국가인 한국의 고유한 음식문화다.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문화를 꼭 월드컵 때 보여주어 선진국들의 오해를 풀어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한국을 얕잡아보고 꼬투리를 잡으려는 국가에는 또 다른 시빗거리를 제공하는 데 불과하다. 우리가 진정 자주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면 외국인들이 우리의 보신탕문화에 대해 뭐라고 하든 대범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언론보도 역시 외국의 곡해와 참견을 그대로 보도하는 정도에 그치지 말고 우리의 고유 음식문화를 침해하는 주권 훼손적 차원에서 단호하게 다루어야 한다. 보신탕 시식회는 구미 국가에 또 한번 한국을 경시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제발 우스꽝스러운 짓은 그만 했으면 한다.

신구식 서울 용산구 도원동 도원삼성아파트

▼자랑할 만한 전통음식 많은데 왜 하필…▼

지구촌 행사인 ‘월드컵’을 앞두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성숙된 국민의식으로 여러 분야에서 최선의 준비를 다해도 부족할 이 시기에 거리에서 보신탕 시식회를 갖겠다는 구상을 보고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하필이면 개를 도살한 음식 축제라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남들이 우리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지적한들 우리 스스로가 개의치 않고 성숙된 자세를 보이면 될 것인데 구태여 잘못된 인식을 뒤집기 위해 더 잘못된 일들을 벌여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말인가. 보신탕문제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보기 싫게 버려지는 각종 쓰레기로 더럽혀진 주변 환경, 극도로 무질서한 교통문제, 문란한 공중도덕과 예절 등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돌리고 정열을 쏟았으면 한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고유한 아름다운 문화가 많다. 보신탕 말고 자랑할 만한 전통적인 음식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한 음식을 어떻게 청결하게 준비해 외국인을 맞이해야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제대로 뽐낼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 아닌가.

주초자 전남 목포중앙초등교 교감

■다음 주 주제는 ‘대한의사협회의 임종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의료윤리지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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