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후보 언론관 무엇인가

  • 입력 2002년 4월 4일 17시 57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후보간의 이념공방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 측에서 4일 노 후보의 언론관에 대한 공격을 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후보 측은 이날 “언론사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작년 8월 노 후보는 일부 기자들에게 ‘내가 집권하면 메이저신문(동아 조선 중앙)을 국유화하겠다’고 말했다”며 노 후보의 언론관이 무엇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우리는 그동안 대권경쟁에 나서려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이념, 정책방향 그리고 과거 행적까지도 철저히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정의 막중함을 생각하면 그 같은 검증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 후보와 노 후보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념공방은 얼마간 도를 넘는 부분도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적 시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념공방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가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후보 측이 제기한 노 후보의 언론관도 좀 더 엄정하게 검증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시장의 원리에 의해 자연히 소유구조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권력이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엄연히 사주가 있는 언론사의 소유구조를 사원지주제화 하거나 국유화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일이다. 국가의 기본 틀을 거부하는 발상이다.

노 후보 측은 이 후보 측의 그 같은 주장에 대해 ‘상상할 수도 없는 조작’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노 후보는 차제에 자신의 언론관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작년 8월 일부 기자들에게 했다는 얘기의 전말도 소상히 밝히는 것이 떳떳한 일이다.

솔직히 말해 노 후보 측은 이 후보 측이 제기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보안법 폐지, 대한민국 건국역사관, 통일 이후의 체제문제 등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때는 그렇고 지금은 다르다’는 식의 답변은 설득력이 없다. 노 후보의 언론관에 대한 의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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