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과학]박영균/달걀

  • 입력 2002년 3월 29일 18시 27분


1845년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의 왕립학회 회의실. 이 학회에서 한 화가는 달걀의 곡선을 완전하게 그리는 문제를 내놓았다. 마침 아버지를 따라온 14세의 한 소년은 집으로 돌아와 이 문제를 풀어내고 마침내 ‘달걀형 곡선을 그리는 방법’에 관한 생애 첫 논문을 발표했다. 이 소년이 바로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역사상 3대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꼽았던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1831∼1879)이다. 그가 발견한 전기와 자기에 관한 수학방정식은 뉴턴의 운동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와 함께 물리학사상 3대 공헌으로 꼽힌다. 정보통신발달의 기초가 되는 전기와 자기에 관한 이론발달에는 그의 공로가 컸다.

▷달걀은 예전부터 과학자들의 관심거리였다. 인공부화가 달걀에 대한 첫 번째 과학적 시도로서 고대 중국이나 이집트에도 그 흔적이 있다. 1800년경 대규모 인공부화가 가능해지면서 달걀은 비로소 식탁에 쉽게 오를 수 있었다. 바이오산업이 발달한 요즘엔 달걀이 의약품과 비슷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의 죽은 세포를 주사한 닭이 낳은 달걀은 항체가 있어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 초등학생들의 실험에도 달걀이 흔히 등장한다.‘삶은 달걀 세우기’나 ‘삶은 달걀과 날달걀 구별하기’ 등은 누구나 한번쯤 해본 경험이 있을 게다.

▷‘삶은 달걀 세우기’는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수수께끼 중 하나. 껍데기가 깨지지 않도록 서서히 삶은 달걀을 옆으로 뉘어놓고 돌리면 똑바로 일어선다. 날달걀은 서지 않는다. 달걀이 선다는 것은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는 현상으로 중력의 법칙에는 맞지 않는다. 무려 300년 동안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은 이 문제와 씨름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회전달걀의 역설(spinning egg paradox)’이라고 불린다.

▷영국과 일본의 두 과학자가 이 역설을 수학 방정식으로 풀어냈다고 과학전문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키스 모팻 교수와 게이오대 시모무라 유타카 교수는 책상과 달걀의 마찰력 때문에 회전에너지가 줄어들 때 달걀의 중심축이 위로 올라간다는 데 착안해 ‘달걀이 어느 속도 이상으로 회전하다가 속도가 줄어들면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방정식을 써서 증명해냈다. 두 교수는 무려 16개의 수학방정식을 세워 풀어냈는데 그 결과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별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위대한 과학은 별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곳에 숨어 위대한 인물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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