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교통선진국]미로같은 차로 '미림여고 앞 4거리'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55분


지난달 31일 오전 9시 서울 관악구 신림 6동 도림천변 ‘미림여고 입구 사거리’.

서울대에서 신림 사거리로 향하던 승용차 한 대가 미림여고 앞 다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다리를 건넌 후 미림여고 방향으로 진행했다. 이 승용차는 신림 사거리에서 서울대 방향으로 마침 직진신호를 받고 출발한 차량을 간발의 차로 앞질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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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전문가와 함께 이곳에서 차량통행 과정을 1시간여 지켜보는 동안 이 같은 곡예 통행은 여러 차례 나타났다.

사거리 교차로 좌회전 신호 끝물에서 무리하게 진입해 아슬아슬하게 교차로를 통과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사거리라면 이는 운전자들의 무리한 교차로 진입에 해당되지만 이곳은 운전자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 모두 신호등을 제대로 지켰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좌회전 신호를 받아도 통과해야 할 교차로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생기는 위험. 이를 막으려면 미림여고 방향으로 차량신호등과 차량정지선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것도 없다. 따라서 운전자는 감(感)으로 교차로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교차로를 통과하자마자 횡단보도가 있다. 미림여고 길은 왕복 4차로지만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많다. 무단횡단을 줄일 수 있는 보행자 방책 등 시설물도 없다.

이곳에서는 2000년 한 해 동안 2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9명이 중상을 입고 11명이 다쳤다.

관악구의 교통사고 요주의 지역으로 떠오른 ‘미림여고 입구 사거리’. 이곳은 도림천을 가운데 두고 신림 사거리에서 서울대로 향하는 차로와 반대방향 차로가 다리로 연결돼 사거리가 2개 겹쳐져 있는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진행방향이 복잡한데다 차량 통행량도 각 방향을 합쳐 시간당 3000대를 넘어설 만큼 많다.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어나면서 신림 사거리에서 서울대 방향 통행량이 늘어나 최근 도림천 복개 면적을 넓혀 편도 3차로로 확장했다. 서울대 방향의 차들은 다리 위에서 U턴을 허용하고 신림 사거리 방향은 금지하고 있으나 불법 U턴 차량이 부지기수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안전과 홍유표(洪有杓) 연구원은 “차로 구조가 복잡하고 차량 통행이 최근 수년 만에 크게 늘어난 것에 비하면 차량신호등과 정지선 등 기본적인 교통안전시설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2000년에 일어난 27건의 사고 중 10건이 미림여고행 좌회전 차량과 서울대행 직진차량이 충돌하거나 교차로를 통과한 차량이 미림여고 앞길을 건너던 보행자를 친 사고다.

또 하나의 문제.

도림천변 양측 도로와 다리를 건너는 횡단보도는 50m나 되지만 보행신호는 단일신호로 29초에 불과해 많은 보행자들이 한번 만에 길을 건너려고 뜀박질을 한다. 이렇게 해서 일어난 횡단보도 사고도 6건이나 된다.

공단은 △미림여고 방향에 차량신호등 설치 △미림여고 방향 다리 위에 정지선 그리기 △신림 사거리와 서울대 방향 모두 다리 위 U턴 금지 △미림여고 길 무단횡단방지 시설 설치 △도림천 보행신호 분리 운영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관악경찰서 교통지도계 최두호(崔杜鎬) 경사는 “관내 9곳의 교통사고 많은 지역 중 이곳을 새롭게 떠오른 위험지역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현재 개선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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