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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14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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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엔론의 파산을 두고 월가의 금융기업들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책임론의 칼끝이 월가로 향하고 있다.
엔론의 파산 원인은 이중적인 재무구조에 있는 것으로 점차 드러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엔론이 LJM2라는 합자회사를 세워 엔론의 부실을 감춰왔다”면서 “LJM2는 엔론에 자본을 투자하는 대신 엔론의 부채를 떠 안아 줌으로써 엔론의 대차대조표가 항상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유리한 평가를 받도록 유도해 왔다”고 보도했다.
엔론과 주요 금융기관의 거래건수 투자은행 주식 및 전
환사채 발행신디케이
티드론인수
합병씨티뱅크 살로먼
스미스바니4 4 4 JP모건 체이스 4 4 BNP-패리버스 4 도이체방크 4 메릴린치 4 4 골드만삭스 4 4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큐리티스4 4 리먼브러더스 4
LJM2의 대표는 파산직전까지 엔론의 재무담당책임자(CFO)였던 앤드루 패스토가 겸임했다. 미국 기업윤리상 있을 수 없는 결탁이다.
문제는 LJM2의 자본 조성에 미 최대의 증권회사인 메릴린치를 비롯해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 체이스, 최대의 금융지주회사인 씨티그룹이 다 참여했다는 점.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릴린치의 경우 스스로 22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LJM2가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들로부터 4억달러를 모집하는 것을 도왔으며 JP모건과 씨티그룹,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와초비아 등의 기업은 1000만달러에서 2500만달러를 엔론 파트너십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한때 모건스탠리에서 일했던 프랭크 파트노이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월가의 주요 금융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엔론의 기만적 급성장은 이뤄질 수 없었다”면서 “그들은 엔론과 함께 카지노게임을 벌였다”고 말했다.
월가의 기업들이 이처럼 불나비처럼 엔론에 뛰어든 것은 엔론이 온라인 현물·선물시장을 개척하면서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자 신주인수와 주식공모, 그리고 인수합병에 따른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노리고 무한경쟁을 벌인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가는 그 결과 신주인수 부문에서만 엔론으로부터 2억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지금은 돈을 뱉어내야 할 때가 왔다 .
JP모건은 엔론으로부터 무려 26억달러을 받을 게 있다고 주장했다. 희극적인 사실은 엔론의 부채에서 월가가 서로 채무자와 채권자로 얽혀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점. JP모건은 씨티그룹을 상대로 10억달러의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월가의 금융사들에 보다 두려운 사실은 엔론의 투자자들이 그들을 상대로 대규모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