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황한규 만도사장 "장사 잘하려면 4박자 갖춰야죠"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8시 47분


황한규(黃翰奎·54) 만도공조 사장은 영업력과 기획력을 두루 갖춘 실무형 경영인으로 꼽힌다.

황 사장은 만도공조의 전신인 만도기계에서 기획실장, 영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또 모(母)그룹인 한라그룹이 해체위기를 겪던 98년 그룹 기획실장으로서 외국계 투자전문회사인 로스차일드를 끌어들여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가 만도기계 아산사업본부장으로 있을 때 만도공조 최대의 히트작인 김치냉장고 ‘딤채’가 탄생했다.

“장사를 잘 하려면 4가지를 잘 해야합니다. 첫째는 제품력, 둘째는 유통망, 셋째는 마케팅, 넷째는 가격정책입니다. 만도요? 이 네 가지를 모두 잘 하고 있죠.”

지나친 자찬(自讚)이란 느낌도 들지만 실적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규모는 약 120만대. 만도는 연말까지 이 가운데 58%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딤채는 올해의 히트상품에 잇따라 선정되는 영예도 누리고 있다.

당초 에어컨을 전문적으로 만들던 아산공장은 8월초 휴가가 끝나면 수요가 뚝 끊겼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철 상품을 찾다보니 한때 온풍기 보일러 커피자판기 등을 대안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다보니 겨울도 실내에서는 여름과 같이 생활하잖아요. 그러니까 겨울상품의 시장이 별로 크지 않더라고요. 다 접었죠. 고심고심하다가 자동차 에어컨을 만드는 30년된 ‘냉동기술’갖고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김치냉장고가 탄생했다.

이제 김치냉장고 시즌이 끝나가면서 만도는 다시 에어컨에 힘을 쏟고 있다. “21일부터 에어컨 예약판매에 들어갑니다. 할부나 사은품도 제공하고, 에어컨 구입고객중 일부를 추첨해 딤채를 선물할 계획입니다”

아직 불안감은 남아 있다.만도공조 주요 주주인 UBS 캐피탈, PPMV 등 외국계 투자전문회사가 수익 회수를 위해 지분을 팔 경우 또 한 차례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 그러나 그는 자신감을 보인다.

“우리가 외환위기후 먼저 부도라는 ‘매’를 맞고난 뒤 얻은 게 뭔줄 아세요? 자신감입니다. 우리는 그 시절을 이겨냈습니다. 어떤 어려움을 겪어도 회사가 완전히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뒤에 더 큰 보상을 받는다는 걸 알게된 거죠.”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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