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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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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경기 파주시 부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총격전에 관련해 군 당국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조사반의 현장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으나 일단 실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2, 3발의 북한군 총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교전수칙에 따라 우리 군이 15발이나 사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사격을 가해오지 않았다는 것. 총격전 이후에도 특이한 군사동향이 없었다는 점도 단순 실수라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합동참모본부는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보통 북한군이 기관총 방향을 아군 초소를 향해 걸어두기 때문에 총기를 다루다가 실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심상치 않은 북한의 움직임으로 볼 때 계산된 고의적인 도발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군 병력 수십명이 9월19일과 20일 두차례에 걸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데 이어 최근에는 남한군이 비무장지대 내에 105㎜ 곡사포와 전투장갑차를 배치했다는 등의 사실과 동떨어진 ‘억지’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에 앞서 미국 9·11 테러사건 이후 강화된 우리 군의 비상경계태세를 문제삼아 남북대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번에 총격전이 벌어진 경계초소가 99년 6월에도 쌍방간에 총격전이 벌어진 장소라는 점도 우리쪽 반응을 떠보려는 고의적인 도발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고의이든 실수이든간에 3년5개월 만에 재발한 이번 비무장지대 내 총격전은 남북화해협력 추진 움직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경색된 분위기에서는 사소한 악재도 경우에 따라 큰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간 군사협력만 해도 상호 신뢰 없이는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사업이 여러 건에 이른다. 경의선 철도 연결과 금강산 육로관광, 임진강 수방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합참 관계자는 향후 처리와 관련, “유엔사 군정위 조사반의 현장조사가 끝나는 대로 북측에 군정위 비서장급 접촉을 제의하거나 항의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