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명강의 노하우&노와이' 조벽 미시간대교수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15분


교수들에게 강의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해진 미국 미시간 공대 기계공학과 조벽(趙璧·45)교수. 그가 최근 펴낸 ‘조벽 교수의 명강의 노하우 & 노와이’(해냄)는 강의 준비부터 강의 기술, 시험 채점, 그리고 강의 평가까지 전과정을 세세히 알려주는 실무서다.

이 책은 그가 인터넷 사이트(www.me.mtu.edu/∼peckcho/korean.htm)에 3년여간 연재한 글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 이 사이트에 올리는 글은 교수를 비롯해 초중고 교사 등 3000여명이 e메일로 받아보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1988년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는데 강의를 하려고 하니까 참 난감하더군요. 연구 방법은 배웠지만 강의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30분 강의하고 나니까 나머지 30분 동안 할 말이 없었습니다. 교실을 나올 때마다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두학기를 정신없이 보내고 난 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렇게 몇년만 지나면 ‘우울증 환자’가 되거나 ‘완벽한 사기꾼’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 때부터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강의법’이 이젠 기계공학보다 더 비중있는 전공 분야가 돼버렸다. 미시간대 조교수와 부교수 시절 우수강의상(Teaching Award)를 받았으며 교수학습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94년 서울대 객원교수로 왔을 때부터 국내에서도 강의법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극소수의 교수만 관심을 가졌어요. 97년까진 아무리 강연해도 ‘재미있다’ 정도의 소극적 반응이 전부더군요. 하지만 IMF 이후 사회가 변하듯 교수들도 변했습니다. 이젠 어떻게 제 얘기를 실제 적용하느냐를 묻는 질문이 많습니다.”

그는 7년 동안 50여개 국내 대학에서 100여차례 강연을 했다.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 올봄 서울대에서 교수학습개발센터가 만들어졌고 많은 대학에서 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의법을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강의 준비에 쏟는 시간이 과거의 절반만 돼도 더 많은 성과를 내게 됩니다. 교수는 물론 학생들의 만족도 커집니다. 특히 정보화 시대에 교수→학생의 일방통행식 강의는 더이상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교수↔학생 더 나아가 학생↔학생의 쌍방향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는 스스로 이 책의 핵심을 곳곳에 짤막하게 적어놓은 ‘잔소리코너’라고 말한다.

“강의법 하니까 기술과 잔재주만 생각하는데 큰 숲도 놓쳐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잔소리처럼 적어놓은 글입니다.”

교수법 강연도 강의처럼 잘하느냐는 질문에 ‘강연’과 ‘강의’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딱잘라 말했다.

“강의는 강연의 집합이 아닙니다. ‘강연’이 당일 주제를 중심으로한 일회성 관계라면 ‘강의’는 과목과 인간적 관계를 중심으로 한 연속적 관계죠. 그만큼 강의가 훨씬 어렵습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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