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 현장-8]조흥은행 균형성과지표 (BSC)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03분


조흥은행은 98년 현대종금 강원은행 충북은행을 합병하고 직원을 5000여명이나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자연히 1인당 업무량은 많아졌다. 직원들이 연수에 참여하면 근무를 빠지게 되므로 팀장은 웬만하면 교육을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올해 도입한 '균형성과지표' (BSC·Balanced Scorecard)에 '직원지식마일리지' 항목이 추가되면서 2500명이 금융관련 자격증을 땄고 400명의 영업점장이 교육을 받았다.

펀드 형식으로 고객의 돈을 운용해주고 0.55∼2.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신탁사업은 예대마진에 비해 수익이 적어 별로 신경쓰지 않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은행 차원에서는 자금운용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고 역마진의 문제가 없는 수수료상품이어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야할 분야.

조흥은행은 개인고객본부 성과지표에 '목표신탁계수' 를 추가했다. 그 결과 주식·채권시장 상황 때문에 수탁실적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직원들이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상품이 됐다.

조흥은행은 1999년 8월부터 약1년간 준비해 지난해 7월 BSC를 도입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부실채권으로 졸지에 '부실은행' 이 된 후 예금보험공사 등 대주주에게 2001년 11월까지 경영을 개선하겠다는 이행각서를 썼다. 무수익여신비율 자산수익률 등을 약속한 만큼 달성하려면 '업무의 전과정' 을 개선해야 했다. 무엇보다 '기업' 의 목표와 '개인' 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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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기고]
BSC 성공 위해선 CEO 리더십 필수

컨설팅업체 PWC와 함께 우선 조직원들이 집중 관리해야 할 영역을 선정하는 작업을 했다. 해외선진은행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외국은행의 컨설팅을 주로해온 PWC본사 컨설턴트가 참여했다.

개인고객·기업고객·계열고객·신탁사업·종합금융사업·자금 등 6개 본부별로 수익성, 고객포트폴리오, 전략상품판매, 우수고객비율 등을 세분화해 구체적인 항목을 짰다. 이미 구축돼 있던 고객데이터베이스, 수익관리시스템, 리스크관리시스템 등 지표를 평가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들은 BSC와 연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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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가 전산시스템을 통해 즉시 집계돼 성과지표에 연결되면서 효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수익고객' 이 늘어났다. 은행은 보통 6% 정도의 고객이 수익의 75% 정도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60%는 은행 입장에서 '별 도움이 안되는' 손실고객.

조흥은행은 손실고객중 수익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58만여명을 데이터베이스에서 뽑아 집중마케팅을 했다. 그 결과 이중 약25만명이 수익고객이 됐다. 수익·손실 추정이 가능해진 것은 신규, 해지, 대출 등 각 업무에 따라 은행의 비용을 구분하는 전산시스템이 있었기 때문. 예전에는 은행 전체의 총수익과 총비용만 집계할 수 있었으나 고객별 계좌별로도 비용과 수익을 뽑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선진경영에 필요하지만 아직 전산시스템 미비와 데이터 부족으로 지표화하지 못한 요소들을 추가로 경영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종합기획부 안윤수차장은 "BSC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려면 조직의 목표에 대해 직원들이 공감하도록 하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필수" 라고 덧붙였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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