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그림같은 전원… 넉넉한 인심… "우리 펜션으로 가요"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25분


오페라 하우스
오페라 하우스
"남친(남자친구)과 함께 1박2일로 에델바이스 펜션에 다녀왔습니다. 창문으로 보이는 파란 밭들이 꼭 한 폭의 그림 같았어요. 아침엔 창문을 열고 냄새를 킁킁 맡았습니다. 시원한 공기가 너무 너무 좋아서…. 다음에 갈 때는 꼭 바비큐도 해먹어야지.”

“제주 미라지를 아시나요? 멀리 애월해변이 보이고요. 숲 속 하얀 집과 넓은 데크가 이국적이에요. 더 좋은 건 주인 아저씨가 불러주는 노래예요. 1층 라이브 바에서 신나게 함께 노래 부르며 놀 수도 있어요. ‘강추(강력 추천)’합니다.”

최근 ‘펜션(pension)’을 다녀온 사람들이 인터넷에 남긴 여행 후기(後記)들. 전원에 자리잡은 유럽풍 고급민박 펜션이 새로운 여행문화 코드로 각광받고 있다.

원래 펜션은 은퇴한 부유층들이 ‘연금(pension)’ 생활을 하면서 각지를 돌아다니며 묵는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 원칙적으론 지난해 제주도개발특별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제도로 제주도에서만 가능하지만 수도권이나 강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급 민박을 통칭한다.

▽싼값에〓비슷한 수준의 숙박시설에 비해 이용료가 저렴하다. 펜션의 위치나 방 크기,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패밀리형 기준으로 주중 1박에 6만∼8만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하룻밤에 10만원 이상 하는 방도 있다.

콘도처럼 고가의 회원권이 없어도 된다. 펜션 체인망을 관리하는 업체의 회원으로 가입해 전국의 펜션을 이용하려면 따로 가입비를 내야 하지만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펜션관리업체 회원이 되면 차를 빌리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3박4일간 제주 미라지펜션을 다녀온 회사원 오성호씨(38)는 “정가보다 35% 할인된 값에 차를 빌렸다”고 말했다.

▽깨끗한 방에서〓대부분 통나무로 지은 전원주택이라 예쁜 유럽형 별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내부도 깨끗하고 전망도 좋다. 펜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객실에는 침대, TV, 화장대, 냉장고 등이 준비돼 있다. 별도의 주방과 화장실, 욕실이 갖춰져 있는 곳도 있다.

간혹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주인과 손님이 마찰을 빚기도 한다. 한 이용객은 인터넷 게시판에 “퀴퀴한 냄새.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들. 침대 시트는 도대체 언제 갈아놓은 건지…”라는 불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자신을 여행 마니아라고 소개한 40대 주기용씨는 “편한 거 따지자면 콘도가 있지만 펜션은 호텔이나 콘도에 없는 ‘자연’이 있지 않느냐”며 반론을 폈다.

▽자연과 낭만을 만끽〓펜션의 최대 장점은 자연과 낭만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인적이 뜸한 곳에 있어 교통이 불편하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하다. 객실이 많지 않고 시골이라 그런지 주인들의 인심도 후하다.

지난달 1∼2일 가족과 함께 강원 평창군 평창읍 ‘자연의 예술’에 묵은 회사원 박진순씨(32)는 “출발하기 전에 주인이 전화를 걸어 ‘벌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미리 주의사항을 알려줘 내내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반인 서정민씨(26)는 지난 여름 여자친구와 함께 평창군 봉평면 ‘해피700 봉평’에 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해 장평까지 가던 도중 펜션 주인이 차로 픽업해 주는 데 감동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양파 피망 등도 스스럼없이 얻어먹을 수 있었다. 서씨는 겨울에도 반드시이 곳에 가기로 여자친구와 약속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미라지펜션의 미니 라이브 바

▼펜션 이용하려면…▼

국내에 ‘펜션’이라 부를 만한 숙박시설은 줄잡아 40여개. 대부분은 직접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몇몇 펜션을 가맹점으로 묶어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이용자 입장에선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국의 펜션을 이용할 수 있는 것. 대표적인 곳이 작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렛츠고월드(www.aletsgo.com, 02-5977-144). 렛츠고월드는 현재 경기 강원 등 전국에 13개의 펜션을 가맹점으로 확보하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고 있다.

먼저 렛츠고월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실제로 예약하고 펜션을 이용하려면 따로 가입비를 내야 한다. 1만원을 내면 1년, 3만원을 내면 5년, 5만5000원을 내면 10년 동안 회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일단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면 일정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이용일 3일 전에는 이용요금의 10%, 2일 전에는 30%, 하루 전 또는 당일 변경할 때는 50%, 당일 취소할 때는 전액을 포기해야 한다. 당일 오후 2시 이후 입실 가능. 퇴실은 낮 12시다.

이용조건이 까다로운 펜션도 있어 반드시 예약하기 전에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아이들을 동반할 수 없는 곳도 있고,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 없는 곳도 있다. 미혼 남녀들을 받지 않는 펜션도 있다.

펜션은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곳이 많아 가능하면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주방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주변에서 식료품을 사기 어렵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바비큐장이 마련돼 있는 곳이 많지만 미리 이용할 수 있는지, 숯이나 야채 등은 따로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물어본다.

펜션은 ‘노는 곳’이라기보다는 ‘느림의 미학(美學)을 음미하며 쉬는 곳’. 따라서 약간의 불편함도 감수할 수 없다면 차라리 콘도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는 게 펜션 단골들의 조언이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렛츠고월드 가맹 펜션
지역이름위치객실수이용료(패밀리형)부대시설주변 관광지
강원자연의
예술
평창군 평창읍 주진2리2(25, 30평형 각 1개)주중 10만원, 주말 11만원족구장, 바비큐장, 배드민턴장뇌운계곡, 금당계곡, 용평스키장
해피700
봉평
평창군 봉평면 평촌리4(17평형 3, 30평형 1)주중 6만원, 주말 8만원바비큐장, 산책로팔석정, 이효석 문화마을, 허브나라, 오대산
노스탤지어평창군 대화면 대화4리2(15, 25평형 각 1개)주중 13만원, 주말 15만원캠프파이어장, 바비큐장뇌운계곡, 금당계곡, 용평스키장
금빛둥지평창군 봉평면 유포1리1(40평형)주중 18만원, 주말 20만원바비큐장, 벽난로오대산국립공원, 이효석 문화마을
에델바이스평창군 봉평면 흥정리5(6평형 3, 8평형 2)주중 8만원, 주말 10만원바비큐장흥정계곡, 팔석정, 봉산서재
충남파인힐태안군 안면읍 승언3리6(4, 5평형 각 3개)주중 5만5000원, 주말 7만원바비큐장안면자연휴양림, 꽃지해수욕장
경북미호경주시 외동읍 모화리4(10평형 3, 20평형 1)주중 6만원, 주말 8만원바비큐, 캠프파이어장, 등산로불국사
전북레인포그임실군 운암면 문종리2(36평형)주중 13만원, 주말 16만원바비큐장, 캠프파이어장, 산악자전거옥정호수
제주미라지북제주군 애월읍4(6평형)6만∼7만원홈바, 자전거하이킹, 바비큐장제주경마공원, 협재해수욕장 등

(자료:렛츠고월드·02-5977-144, www.aletsgo.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