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테러와 무엇이 다른가〓‘뉴 테러리즘’의 개념을 정립한 것은 미 국방부 등의 후원을 받는 미국의 민간연구소 랜드(RAND).
99년 ‘뉴 테러리즘에의 대응(Countering the New Terrorism)’을 공동 저술한 이 연구소 미셸 자니니 연구원은 11일 웹진 ‘살롱’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테러가 극단적 수단을 동원한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 행위였다면 뉴 테러리즘은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패러다임 변화를 설명했다.
전쟁에서는 적의 궤멸이 목적이므로 승리 이외에 요구조건이 있을 수 없으며 상대방에게 최대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 목표라는 것. 이번 테러의 유력한 용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은 1990년대 중반 ‘미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테러연구가들은 이전까지 테러의 목적이 요구 관철이나 세인의 이목을 끌어 자신을 알리는 ‘존재확인’에 있었다면, 뉴 테러리즘은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해석한다. 대표적인 구질서가 미국이 경영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다.
▽정보시대의 망전쟁(Netwar)〓뉴 테러리즘의 피해자들은 적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번 테러가 일어난 뒤 ‘전쟁 불사’를 공언했지만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할지는 불명확하다. 교전 상대가 단일 국가가 아니라 인터넷처럼 그물망 조직으로 연결된 이념 결사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러연구가들은 뉴 테러리즘을 ‘정보시대의 망(網)전쟁’이라고도 부른다.
전통적인 테러조직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지배하는 수직형 체제였다. 그러나 뉴 테러리즘에서는 중심이 다원화돼 느슨한 그물코로 연결돼 있다. 과거에는 정점의 지도부 제거로 테러조직을 무력화할 수 있었지만 뉴 테러리즘에서는 하나의 중심을 제거해도 다른 중심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번의 경우 빈 라덴이 체포돼도 조직 무력화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뉴 테러리즘은 또 인터넷 시대의 기술들을 무기로 쓰는 것이 특징이다. 채팅룸이 전략회의실, e메일이 전령 역할을 하며 거미줄식 조직을 잇는다.
정보시대 논리에 익숙한 만큼 뉴 테러리스트들은 적 시스템의 균열을 초래하는 것만으로도 전면적인 공격에서 얻을 수 있는 ‘붕괴’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이번 뉴욕 세계무역센터 공격도 건물이 갖는 상징적 의미 못지않게 미국의 경제 동맥인 월가의 급소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테러연구가들은 뉴 테러리즘의 대응책으로 막연히 지상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명선인 ‘정보 흐름’부터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연구가들은 미국 헌법에 명시된 ‘알 권리’와의 충돌이 생기더라도 사이버공간을 검열해야 한다는 극단론을 펴고 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