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총리-한광옥 당대표' 파문 당정개편 역풍 심각

  • 입력 2001년 9월 7일 16시 1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정의 골격을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한광옥(韓光玉) 민주당 대표’로 세우자, 자민련에서는 이한동 총재 제명이라는 정당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민주당 내부의 반발기류도 노골화하는 등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한광옥 대표 내정을 둘러싸고 동교동계와 소장파, 동교동계 신·구 주류 사이의 내분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자민련은 7일 당무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당 총재인 이 총리를 만장일치로 제명했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이 총리가 당과 국민의 뜻을 어기고 총리직 유임을 결정한 것은 해당행위가 분명하다”고 제명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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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당사에서 당 총재가 해당행위자로 제명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자민련은 국회 의석수가 15석으로 줄었다. 그러나 자민련은 이 총리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제출은 일단 유보키로 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12인 모임인 ‘새벽 21’ 소속의원 10명은 이날 긴급회동을 가진 뒤 성명을 내고 “그동안 당과 정부, 청와대의 전면쇄신을 요구해 왔으나 현재 진행되는 상황은 이러한 요구와 당의 개혁 주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당이 더 이상 특정계보나 대통령 측근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당의 민주화나 개혁과도 정면배치되는 것”이라며 “의원 전체의 의견과 여러 차례의 당 공식회의 결과가 무시될 경우 중대결심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이호웅(李浩雄)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일본을 방문 중인 정범구(鄭範九) 의원도 같은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정동영(鄭東泳) 정동채(鄭東采) 추미애(秋美愛) 신기남(辛基南)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 당정쇄신 서명파 재선의원 5명도 모임을 갖고 “쇄신을 바라는 민심을 외면한 채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사람들은 당원과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선의원들은 그러나 탈당 불사의 뜻을 밝힌 이호웅 의원 등에 대해서는 자제를 요청했다.

<김창혁·이철희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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