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연수구 주민들 "남동공단 미워요"

  • 입력 2001년 9월 4일 01시 57분


인천 연수구 청량동 A아파트 주민 김모씨(35?여)는 겨울을 기다린다. 원인모를 악취로 찜통더위에 창문조차 제대로 열어놓지 못한채 여름을 보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파트 바로 옆 남동공단 업체들이 심야에 몰래 내보내는 공해물질로 인한 매캐한 냄새로 3년여동안 새벽 잠을 설치며 악취에 시달렸다”며 ”창문을 닫고 생활할 수 있는 겨울이 그립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일대 5000여가구 아파트 주민들이 원인모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암모니아 냄새와 비슷한 악취는 우기 때를 제외하곤 주로 새벽 2시경부터 수 시간동안 지속된다.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때문에 섭씨 30℃를 웃도는 찜통더위에도 주민들이 창문을 열지 못해 잠을 설치기 일쑤다.

인근 남동공단내 업체들이 배출하는 공장매연 냄새라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주장.

실제 경인지방환경관리청이 남동공단, 수출 4 5 6공단 등 인천의 공장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매월 대기오염 단속을 벌인 결과 올들어 지난달까지 모두 81곳이 적발됐다.

이중 무려 80.2%인 65곳이 남동공단 업체들로 배출시설을 설치하고도 가동치 않거나 설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가 그동안 수천억원을 들여 대기오염 저감대책을 벌이고 있지만 악취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는 지난 97년 6월 26일부터 일주일간 인천시내 전지역이 악취로 인한 고통을 겪자 원인규명은 하지 못한채 눈가림식 대책을 내놓았다.

98년 5월 1일에는 악취발생이 우려되는 사업장에 대해 작업시간 조정 및 작업공정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1년후인99년 5월부터 경인지방환경관리청과 합동으로 ’악취예고제’ 시행에 들어갔으다.

악취발생이 예상되는 매년 5∼9월 기온이 섭씨 23℃ 이상, 풍속은 초당 0.9m 이하인 날씨에 일산화질소(NO) 농도가 50ppm 이상일 경우 악취발생 예방차원서 악취 중점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예고를 발령한다.

특히 악취발생이 빈번한 △용현동 학익동 △연수동 동춘동 △주안동 가좌동 △원창동 석

남동 △경서동 연희동 △청천동 효성동 등 6개 지역을 ’악취발생 우심지역’으로 집중 관리키로 했다.

악취시민자율감시대 요원(540명)도 위촉해 모니터링도 하고 악취가 많이 발생하는 시내 81개 사업장을 악취중점관리업소로 지정, 운영하기로 했다.

비슷한 시기에는 인천지역 독자적 대기환경 기준도 마련,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도 했다.

그러나 악취예고제가 발효된 경우는 지난 99년 8월 19일 단 한 차례뿐.

해마다 여름철이면 시민들이 악취에 시달리지만 악취예고제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주민들은 ”집단민원을 제기해야 움직이는 시의 대책마저 그나마 형식적”이라며 ”악취로 인한 고통이 계속될 경우 피해보상 요구 등 집단행동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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