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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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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과 부패의혹 연루 등에 시달리다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국민협의회(MPR)의 탄핵에 의해 권력을 뺏긴 와히드 전대통령은 탄핵 결정이 불법이라며 ‘대통령궁을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지만 군부와 경찰은 물론 내각까지 그에게 반기를 들어 대세를 거스르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신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정치권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압두라만 와히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 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정국은 당분간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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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히드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탄핵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국민협의회(MPR)의 활동 정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포고령을 발동했지만 핵심각료들이 반발해 사임한 데 이어 군과 경찰마저 등을 돌렸다. 경찰은 포고령이 발표되자마자 MPR 총회장을 보호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군도 MPR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일선 군부대 지휘관들인 영관급 장교 중에는 와히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적지 않아 와히드 전 대통령이 이들의 힘을 빌려 반격을 시도할 경우 군과 경찰 내 와히드 전 대통령 찬반세력간에 무력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와히드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지지기반인 이슬람 세력을 동원,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를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 회원들은 오래 전 탄핵이 추진될 경우 자살특공대를 결성해 와히드 전 대통령을 사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와히드 전 대통령은 탄핵된 후에도 ‘대통령궁을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지만 군부와 경찰은 물론 내각까지 그에게 반기를 들어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와히드 전 대통령이 순순히 대통령직을 내준다 해도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21개월간의 부통령 재임 기간에 정치 사회 안보 분야에 대해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집권 능력을 의심받은 점도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에겐 약점이다.
무엇보다 큰 과제는 뿌리깊은 국론 분열을 봉합하는 것. 와히드 전 대통령의 출신지인 동부 자바와 동부지방에서 가장 큰 주인 이리안자야 등 4, 5개주는 그동안 ‘와히드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분리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또 각 정파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실질적 통치기반인 군과 경찰의 힘을 견제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자신이 이끄는 민주투쟁당(PDIP)의 국회 내 의석이 500석 중 153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와히드 전 대통령 탄핵에 협력한 8개 정파에 각료직을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해 거국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와히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무지개내각’이 출범할 전망.
특히 와히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국민각성당(PKB)과 NU에 종교장관을 비롯한 각료직 2, 3개를 할애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공동정부에 참여할 각계 정파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언제든지 분열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은 수년째 계속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긴밀히 협조하는 가운데 각종 개혁프로그램의 신속한 이행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 해소에 필요한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IMF가 작년 12월 개혁이행 실패를 문제삼아 지원을 중단한 구제금융의 집행이 절실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