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용카드 정책 '갈팡질팡'

  • 입력 2001년 7월 16일 00시 25분


정부의 신용카드 관련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정부내 이견으로 혼선을 빚거나 업체의 로비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

금융감독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여신전문금융업 감독 규정 및 인허가 지침’을 개정하면서 신용카드사의 현금 위주의 영업 행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5월 발표했던 ‘부대업무 제한’ 관련 내용을 슬그머니 제외시켰다.

금감위는 5월 “신용카드사들이 부대 업무인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에 치중해 지난해 부대 업무의 비중이 66%에 이르렀다”면서 “감독 규정을 고쳐 신용카드사가 부대업무를 일정 비율 이상 취급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감위는 “신용카드 결제를 촉진해야할 카드회사들이 궁극적으로는 현금결제를 불러오는 현금대출 위주의 영업을 하는 것은 모순되고 지나친 현금 서비스 위주의 영업으로 인해 선진지급결제 수단인 신용카드가 현금을 대출받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감독 규정 개정 이유를 설명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 직후 일부 전문가들은 “서민들에게 요긴한 현금 서비스에 대한 취급 비율을 인위적으로 규제할 경우 서민들이 사금융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특히 신용카드사들은 이 같은 발표이후 감독 규정 개정을 막기 위해 집중적인 로비를 펼치면서 정작 개정된 감독 규정에는 아무런 설명없이 빠진 것.

금감위는 또 5월 발표했던 ‘신용카드사들의 무분별한 거리 회원 모집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금감원 감독 규정에 이를 명문화시키겠다’는 약속도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금감위는 여신전문업법 감독 규정을 고쳐 ‘영업점 또는 가맹점 이외의 장소에서 회원 가입을 권유하거나 접수하는 행위, 여수신 등 거래의 조건으로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행위’등을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규개위는 이 같은 금감위의 거리 회원 모집 규제에 대해 “신용카드사의 정상적인 영업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법 등 다른 법령으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한 만큼 감독 규정을 바꿀 이유가 없다”며 개정안을 철회하도록 권고했다.

이밖에 금감위가 하반기부터 대기업 등의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허용하겠다며 사업 진출의 요건으로 내걸었던 ‘금융거래 고객 15만명 이상’이라는 조항도 ‘회원 확보 계획이 타당하고 실현가능성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식으로 수정됐다. SK 롯데 등 신용카드사업 진출을 준비중인 대기업들은 이 같은 규정 때문에 사실상 신용카드 사업 진출이 불가능하다며 금감위 발표 이후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충분한 고려없이 계획을 만들고 무리하게 만들어 추진한 측면이 많다”며 “불과 두달새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면 이를 어떻게 믿고 따라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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