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파트가 바뀐다]마치 자연공원에 온듯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35분


아파트 단지가 확 달라지고 있다. 주차장이 차지하고 있던 아파트 단지 지상에서 차가 사라지고 지상을 숲으로 가꾼 아파트. 대형 분수대와 실개천을 흐르게 하는 자연공원 아파트 단지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파트의 경쟁력은 이제 단지내 조경에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파트 건물 주위에 화단이 있고 어린이 놀이터와 벤치가 있는 나무그늘 정도가 고작인 아파트 단지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지상을 완전 녹화(綠化)하는 등의 대형 아파트는 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등장하기 시작해 올해들어 부쩍 늘었다.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동의 빌라형 아파트 ‘롯데캐슬 84’. 단지의 전체 분위기가 중세형 명문가를 연상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붉은색 계통으로 페인트를 칠해 중후함과 부드러움이 물씬 풍긴다. 단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옹벽도 성곽을 연상토록 한다. 60년 이상 된 50여 그루의 소나무도 고풍을 더한다. 75평형의 경우 분양 당시인 98년 8억원이었으나 지금은 10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롯데캐슬 84는 롯데건설이 지향하는 ‘고급아파트 건설업체’로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하는 데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달 입주한 LG건설의 ‘용인 수지 1차 LG빌리지’의 단지내 중앙공원에는 분수대를 설치했다. 조그만 호숫가에는 정자와 수목이 들어서 공원 같은 분위기. 단지 입구에는 30년생 느티나무가 가로수 길 분위기를 낸다. 날씨 좋은 주말이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단지내의 공원’으로 나오는 주민들도 있다고 관리사무소측은 말한다. 단지내에는 중앙공원 등 각종 테마공원이 10개나 된다. 단지 한켠에는 산 속의 물맛에 못지 않은 물이 나오는 약수터도 있다. LG건설이 자랑하는 환경공법은 지상에 차를 없애는 덱(deck)공법. 지대가 높은 뒤나 앞 동의 지하에 굴 형태의 덱을 파고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하로 내려가지 않으면서도 지상에서는 차를 볼 수 없도록 했다. LG건설은 지난달 분양을 시작한 ‘신봉 新 LG빌리지’에도 이 공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이 서울 중심지인 종로구 내수동 옛 경희궁터에 짓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경희궁의 아침’. 이름에 걸맞게 전통 왕궁의 정원을 그대로 재현해 조경했다. 단지내에 조성되는 5개의 테마공원은 총 3500여평으로 모두 조선 왕실의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이름도 덕원(德園) 복원(福園) 경원(慶園) 수원(壽園) 희원(喜園) 등으로 조선 궁궐의 이름을 따왔다. 경희궁의 아침은 견본주택(모델하우스) 개관과 함께 분양을 시작했을 때 일반 분양자들이 ‘선분양’에 항의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현대산업개발이 올해 새 브랜드로 ‘I-파크’를 도입하면서 야심적으로 내놓은 파주 교하의 ‘아이파크’.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단지는 소나무 숲과 인공폭포, 시냇물이 흐르는 공간 등 ‘청정 정원아파트’를 표방하고 있다. ‘마을마당’(중앙공원)의 개천이 흐르는 주변에서는 주민들이 각종 모임과 행사를 가질 수 있다. 단지 주변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사계의 정원’은 꽃 열매 단풍 등을 이용해 계절따라 분위기가 바뀌도록 했다.

신개념 조경 도입한 아파트

업체아파트
금호건설광주 부평 '베스트 빌'
한국주택공사수원 '영통빌리지'
롯데건설서초동 '롯데캐슬84'
현대건설광장동 '현대파크빌'
쌍용건설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LG건설용인 수지 'LG빌리지'
대우건설안산 고잔 '대우아파트'
동일토건용인 '하이츠빌'
삼성물산의왕 내손동 '삼성래미안'
SK건설미아동 'SK북한산시티'
현대산업개발파주 교하 '아이파크'
우림건설화성 남양 '우림아파트'

9월에 입주 예정인 용인 구성 언남리 동일토건의 ‘동일 하이빌’은 용적률 199%에 녹지율 35%로 ‘숲속의 아파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주위가 법화산 자락으로 둘러싸인 별장형 입지에 단지 전체를 ‘4계절 5감각’의 테마공원으로 꾸미고 있다. 2㎞ 길이의 단지내 조깅코스가 법화산 등산로와 연결되어 있다.

이같은 아파트 고급화로 분양가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거주 주민의 생활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투자가치도 높아져 아파트 분양에서 주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는 주택보급률이 90%를 넘어서 분양 경쟁이 차츰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조경 경쟁’도 심해져 보다 쾌적한 아파트 주거 환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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