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총연합회&여호와의 증인 '대체복무제'입법논란

  • 입력 2001년 6월 7일 18시 47분


<<지난해 성우이자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양지운씨의 아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육군 교도소에 수감된 일이 사회적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교리상 다른 사람에게 총을 겨누는 집총을 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 최근 민주당 천정배 장영달 의원 등이 이같은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자들이 사회봉사로 군복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관련 공청회가 열린다.

이에 대해 개신교 53개 보수교단의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만신 목사)가 ‘특정 종교를 위한 입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한기총 총무인 박영률 목사와 여호와의 증인 홍보부 대표인 정운영씨를 만나 양측의 주장을 들어봤다.(편집자)>>

◆韓基總 총무 박영률목사

-한기총은 왜 대체복무 입법 추진에 반대하나.

“이 법안은 종교간 형평성을 깨고 특정 종교에 부당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거의 100%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더 생각해보자. 과연 여호와의 증인만이 대상이 될까. 어느 종교든 전쟁을 거부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 수 있는 개연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특화하는 새로운 종교의 출현도 예견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칫 병역기피자의 도피처로 악용될 수 있고 나아가 국방의 근간을 무너뜨릴 위험성이 있다.”

-대체복무를 꼭 특혜로만 볼 수 있을까.

“복무기간이 늘어나고 일의 난이도가 높아지므로 대체복무가 힘든 일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도 군대를 다녀왔지만 군대생활이 힘든 것이 꼭 하는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단체생활의 규율, 생명에의 위험, 자유시간의 제한, 창의성의 억압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특히 장영달 의원이 제안한 법안에는 4주간의 기본적인 소집훈련도 없고 제대후 예비군 편성도 되지 않는 것으로 돼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여호와의 증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나도 심정적으로 병역거부로 감옥을 가거나 자식을 감옥에 보내는 사람들이 안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모병제 국가라면 이런 신념이 종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도 사회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다. 이런 나라에 속해 살아가고 있으면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것은 일종의 ‘무임승차’에 해당한다. 그렇지 않아도 돈있고 힘있는 사람들이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갖은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법안은 국민들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뿐이다.”

◆ 여호와의 증인 홍보부 정운영씨

-병역거부로 수감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은 얼마나 되나.

“작년말 현재 1500여명이 병역거부로 수감돼 있다. 물론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이다. 수감되는 사람도 괴롭지만 1년간 범죄인을 수감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700만원이라는 통계수치로 따져볼 때 한해 100억원이 소모되고 있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가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할 때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는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대만에서도 대체복무가 실시되고 있다.”

-대체복무가 특혜라는 지적도 있다.

“밤낮으로 노인환자의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호스피스 같은 일을 맡긴다면 이를 특혜로 볼 수 있을까. 출퇴근을 허용하니까 쉬운 일로 본다면 차라리 합숙을 시켜도 괜찮다. 군대생활이 꼭 일이 힘들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체복무제가 실시되면 군 생활의 개선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국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종교라는 견해도 있는데….

“국가가 하는 일 중에 훌륭한 일도 분명히 있지만 하나님의 법에 위배되는 일도 있다. 손에 살상용 총을 쥐게 하는 것이 그런 일이다. 우리는 그래도 정부와 싸우지 않는다. 다만 집총요구의 철회를 부단히 요구하고, 안되면 묵묵히 받아들여 수감생활을 해왔다. 여기에 어떤 위험이 있나. 대체복무제가 쟁점이 되면서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양심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광주사태 당시 발포명령이 내려졌을 때 양심적으로 이를 거부한 사람이 있었나. 국가는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체복무제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작년 9월부터 대체복무제가 실시된 대만의 경우 실제 여호와의 증인 28명과 불교 승려 3명만이 대상이 됐다. 대만이 불교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승려 3명이 대체복무 대상자로 인정받았다. 대체복무를 신청하는 것이 과연 종교적 신념에 입각한 것인지, 그 일이 실제로 현역 군복무보다 더 힘든 것인지에 대해 철저한 심사를 한다면 남용될 소지는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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