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복고풍 엽기 코미디<휴머니스트>

  • 입력 2001년 5월 2일 17시 43분


이무영 감독의 「휴머니스트」는 코믹한 상황과 엽기적인 스토리를 버무려 놓은 영화다.

군 장성출신으로 돈과 섹스에 빠져있는 아버지(박영규)를 둔 마태오(안재모)는 군면제를 위한 도피성 해외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해 아버지로부터 돈 뜯어내는 데 여념이 없다.

고아원 출신으로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유글레나(강성진), 어릴때 머리를 다쳐 지능이 낮은 아메바(박상면)와 한팀을 이룬 태오는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경찰관을 죽게한 뒤 이를 목격한 동료 경찰의 협박에 시달린다.

고심끝에 친구들을 동원해 아버지를 납치해 몸값을 뜯어내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동료 경찰의 요구액은 2억원이지만 차제에 1억원을 더 얻어내 군면제도 성사시키고 말겠다는 것이 태오의 구상이다.

그러나 `무사히' 아버지를 납치한 뒤 몸값만 챙기겠다던 당초 계획은 아버지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집을 드나들던 `딴 남자'를 납치함으로써 얽히고 설키면서 엉뚱하게 꼬여간다.

박찬욱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시나리오를 같이 쓴 이무영 감독의 데뷔작. 이 감독은 특히 이 영화의 연출과 시나리오, 음악 등을 혼자서 도맡았는가 하면 직접 출연까지 했다.

이무영 감독의 `영화색깔'을 한눈에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런 그의 `1인 다역' 때문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안재모와 박상면, 「주유소 습격사건」의 강성진과 박영규 등이 이 영화에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연기로 호흡을 맞췄다.

수녀원부설 유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로사 수녀 역의 명순미가 펼치는 사투리 연기도 인상적이다. 안석환과 최란은 경찰관과 원장수녀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요즘 유행하는 스크린 복고풍에 기댄 듯 몽환적인 분위기의 회상신이 중간 중간 등장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톤은 엽기적이다. 삽과 도끼가 등장하고 흥건한 피가 스크린을 적시는 등 다소 끔찍한 장면들이 적잖은 탓이다.개봉 12일.

[연합뉴스=이명조 기자]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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