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건강]'감기려니…' 방심했다간 합병증 부른다

  • 입력 2001년 4월 29일 19시 02분


◇'감기려니…' 방심했다간 합병증 부른다◇

“엄마, 혓바닥이 아파요.”

며칠 전 주부 한지희씨(35·서울 마포구 합정동)는 칭얼대는 네살난 아들의 입안을 살펴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열과 함께 입천장과 혀 주위에 작은 물집들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한씨는 ‘가벼운 열감기려니’하고 아들에게 해열제를 먹였지만 다음날 아들의 손발에까지 희미한 발진이 돋자 결국 인근 소아과를 찾았다. 유사한 증세의 어린이 환자들로 병원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진찰 결과는 ‘손발입병’(수족구병). 증세가 악화될 경우 자칫 뇌수막염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한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봄철을 맞아 각종 어린이 전염병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올 봄은 특히 늦가을에 주로 발생하는 로타(ROTA)바이러스 장염이 유행하는 한편 홍역과 볼거리, 풍진 등 발진성 감염질환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질환들은 모두 특효약이 없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조치만이 내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장염-하루 10차례 설사…쇼크도◇

▽로타바이러스 장염〓‘영유아 바이러스 장염’, ‘가성콜레라’라고도 불리며 주로 생후 6∼24개월 난 영유아에게 발생한다. 심한 구토와 설사 증세가 특징. 1∼2일의 잠복기에는 토하고 열만 나 감기 증세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곧 하루에 10여차례 이상 심한 설사가 이어진다. 장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수분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 설사가 심해지면 탈수증상이 나타나고 이를 방치할 경우 혈압이 떨어지고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섣불리 설사약이나 구토를 멈추게 하는 약을 먹이는 것은 금물. 특효약은 없지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포도당 전해질수액을 주사하거나 먹이는 등 탈수 증세만 막아주면 보통 일주일정도 앓은 뒤 낫는다. 그러나 아기들의 입이 마르고 소변의 양이 줄고 잦아지면 탈수가 심한 상태이므로 속히 병원을 찾을 것. 외출 뒤에는 꼭 손을 씻기고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날에는 외출을 삼가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

◇홍역-고열 물집…예방접종 필수◇

▽홍역〓급성 발열성 질환으로 주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8∼12일의 잠복기를 거쳐 초기에는 미열과 함께 기침, 콧물 등의 증세가 3∼4일간 계속된다. 이후 고열과 함께 입안에 좁쌀크기의 흰 수포가 돋아난다.

또 얼굴과 귀 뒷부분을 시작으로 몸 곳곳에 붉고 작은 발진이 퍼져나간다. 5∼6일 뒤 열이 내리고 발진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회복되는데 이 때 기관지염, 폐렴, 급성중이염 등 합병증이 잘 생긴다. 예방백신의 경우 1회 접종으로 90% 이상 면역이 가능하나 완전한 면역을 위해 2회까지 접종해야 한다. 예방접종은 생후 12∼15개월째와 4∼6세에 한다.

◇손발입병-전염성 강해 사람 많은곳 피해야◇

▽손발입병〓주로 여름과 가을에 걸쳐 생후 6개월부터 5살까지의 어린이에게 발생한다. 장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원인. 입안과 손발에 물집과 발진이 생기고 손바닥, 발뒤꿈치, 엄지발가락 등에도 1∼5㎜ 크기의 수포가 생긴다.

전염성이 강해 놀이방이나 유치원 등에서 급속히 확산되기도 한다. 대부분 가벼운 열감기 정도로 3∼5일만에 낫지만 간혹 뇌수막염 등 합병증을 일으킬 때도 있다. 아직 예방백신이 없으므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물을 끓여 먹어야 하며 외출했다가 귀가한 뒤 소금물로 입안을 행궈내고 손을 깨끗히 씻을 것.

◇볼거리-두통 침샘부위 부어올라◇

▽볼거리〓공식 병명은 ‘유행 이하선염’. 4∼5월에 걸쳐 5∼15세의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한다. 2∼3주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과 두통이 나면서 침샘 부위가 부어오른다.

목 부위를 거쳐 귀 앞쪽까지 부은 뒤 일주일 정도 지나면 통상 자연히 가라앉는다. 그러나 가끔 뇌막염, 고환염 등 합병증에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생후 12∼15개월, 4∼6세에 홍역, 풍진 등과 함께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응급처치-탈수증세 이온음료 금물, 고열땐 알코올로 닦아◇

▽응급처치〓어린이들이 주로 걸리는 바이러스 질환들은 증세별로 적절한 치료와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쉽게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다급한 마음에 ‘임시 조치’를 남용할 경우 증세를 악화시켜 자칫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심한 탈수 증세를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걸리면 집 근처 약국에서 포도당 분말을 구입해 물에 타서 먹이는 것이 좋다. 잦은 설사로 배출된 전해질과 당을 보충하기 위한 것.

그러나 일부 부모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이온음료를 먹이기도 하는데 이는 절대 금물이다. 당이 높은 이온음료가 체내에 흡수될 경우 오히려 설사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유나 분유를 먹이기보다 미음 등을 주는 것이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 홍역으로 2∼3일간 고열이 날 경우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내리지 않으면 ‘알코올 처방’을 할 수 있다.

소독용 알코올과 따뜻한 물을 반반씩 섞은 용액을 솜이나 가제수건에 묻힌 뒤 몸을 닦아주면 열이 내릴 수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젖은 솜을 몸에 계속 대고 있지 말고 가볍게 마찰해주는 것이 좋다.

‘손발입병’(수족구병)으로 입안에 물집이 나면 유아들은 목이 따가와 우유 등을 제대로 못넘겨 칭얼대기 마련. 이 경우 자극을 주는, 따뜻하거나 신 음식은 피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우유를 차게 해서 숟가락으로 떠먹이면 탈수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침샘이 부어오르는 볼거리의 경우도 침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신음식은 가급적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홍역, 볼거리, 손발입병 모두 통원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가급적 다른 가족과 격리시켜 추가 감염을 막아야 한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동수교수 〉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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