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 교수의 한국사 새로보기-3]첨성대의 실체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47분


요즘 일본에서 역사교과서가 국수주의적이라고 해서 말썽이 되고 있지만 역사교과서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삼국시대사의 문제는 논쟁의 여지가 많고 신비에 싸여 있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사대주의자였던 김부식(金富軾)이 경순왕(敬順王)의 후손으로서 ‘삼국사기’를 신라 중심으로 썼다는 점, 둘째는 일본이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를 빙자해 신라를 식민지로 다스렸다고 확대 해석한 점, 셋째는 남북 분단으로 인해 남한은 고구려의 역사 연구에 소홀했고 북한은 신라의 역사 연구에 소홀했던 점을 들 수 있다.

▼글 싣는 순서▼
1. 한민족의 형성
2. 화랑과 상무정신
3. 첨성대의 실체
4. 최만리는 ‘역사의 죄인’인가
5. 김성일은 충신이었다
6. 성삼문과 신숙주
7. 서낭당에 얽힌 비밀
8. 당쟁과 식민지사학
9. 의자왕과 3000궁녀
10. 전봉준과 동학

이 결과 문화쪽에도 많은 왜곡이 유발됐다. 이를테면 국보 31호로 지정된 첨성대를 가리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고 기록한 것도 그러한 예 중 하나다.

▼"첨성대는 제천의식 지내던 제단"▼

첨성대란 과연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첨성대의 실상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그 위치를 보면, 첨성대는 경주의 중심지로부터 동남쪽으로 30리 떨어진 평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옆으로는 반월성(半月城)을 끼고 있다. 석재는 화강암으로 높이는 9m17cm이며, 바탕의 지름은 5m17cm이고, 상층부의 지름은 2m50cm이다. 세워진 연대는 신라 27대 선덕(善德)여왕 16년(서기 647년)인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이제까지의 우리 국정교과서는 한결같이 첨성대를 천문대로 풀이했고, 우리는 이에 대해 아무런 저항도 느끼지 않은 채 ‘동양 최고(最古)’의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첨성대를 천문대로 보는 입장이 정설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풀어야 할 문제점이 있다.

첫째, 첨성대를 천문대로 보기에는 그 위치가 적합하지 않다. 별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좀 더 높고 한적한 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첨성대는 경주의 평지에, 게다가 반월성을 끼고 있다. 별을 관측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낮은 지대에다, 성 아래 관측소를 세울 생각을 했을까?

▼내부 석재는 다듬지 않아▼

둘째, 돌의 다듬질에 문제가 있다. 햇빛이 잘 비치는 날, 첨성대의 남쪽으로 뚫린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면 안쪽의 석재는 다듬어지지 않았다. 이 건축물이 안에서 사람들이 활동(관측)하기 위해서 지어진 것이라면 바깥 표면을 다듬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안을 다듬지 않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더구나 위쪽으로 올라 갈수록 직경이 좁아져서 사람이 운신하기조차 협소한데 돌에 부딪쳐 생기는 부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안을 다듬었어야 했다. 안을 다듬지 않고 밖을 다듬었다고 하는 것은 이 건물을 밖에서 사용하기 위해 지었다는 분명한 증거가 된다.

셋째, 첨성대는 별을 관측하기에 매우 불편하다. 첨성대의 정상에서 별을 관측할 요량이었다면 처음부터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 일이지, 중간에 사람이 드나들기에 너무도 비좁은 문을 뚫어놓고 그리로 들어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할 이유가 없다. 입구의 문지방이 마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문을 통해 사람들이 드나든 것은 분명하다.

넷째,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은 첨성대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하지않고 있다. 첨성대가 진실로 위대했고 의미있는 것이었다면 김부식이 언급하지 않았을 리 없다.

신라사에 대해 그토록 애착을 가지고 있던 일연(一然) 스님도 선덕여왕이 첨성대를 세웠다는 말만 남긴 채 일체의 부연 설명이 없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섯째, 첨성대의 용도를 최초로 설명한 사람은 아마도 조선시대 역사학자 안정복(安鼎福·1712∼1791)일 것이다.

그는 그의 저서인 ‘동사강목’에서 첨성대를 축조했다는 사실과 그것은 ‘천문을 살피고 요망스러운 기운을 살피기 위해’(候天文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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