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엽기적인 내용의<시어머니 죽이기>

  • 입력 2001년 3월 28일 16시 09분


제목만큼 엽기적인 내용의 4컷 만화 <시어머니 죽이기>(서울문화사 펴냄)가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도쿄신문에 '모닝 희평'을 연재중인 작가 니카이도 마사히로의 블랙 유머 만화 <시어머니 죽이기>는 제21회 일본만화가협회 대상을 받은 작품. 시부모를 죽이려는 며느리의 행각을 그린 이 만화는 일본에서 연재 초기 '너무 잔혹하다' '비윤리적이다'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크게 '시어머니편'과 '시아버지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시어머니와 시어머니를 죽이려고 하는 며느리의 혈전, 시아버지를 죽이려는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대결이 그것이다. 이 중 제목을 특별히 '시어머니 죽이기'로 뽑은 것은 이 책에서 '시아버지편'보다 '시어머니편'이 집중적으로 묘사돼 있을 뿐더러 그 표현 수위도 더 높기 때문.

몸져 누워 있는 약한 시어머니. 그런데도 며느리는 그녀를 죽이려고 갖은 방법을 다 쓴다. 처음에는 시어머니를 위해 주는 척 방에 들어서는 며느리. "어머님, 죽 끓여 왔습니다." "고맙지만 식욕이 통 없구나" "어머, 어디 편찮으세요?" "별 거 아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지만 그 다음 내용은 급격히 반전된다. 며느리는 아픈 시어머니의 목을 힘껏 조르기 시작한다. 이에 시어머니의 행동이 더욱 가관이다. 병자에게 그런 힘이 어디서 나는지 며느리를 힘껏 들어 던져버린다. 또 공중으로 뛰어올라 옆차기를 날리기도 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지 못한 며느리의 그 다음 대사. "요즘 어머님께서 운동 부족이셨어요" "운동을 했더니 시장하구나. 다 네 덕분이다"

그들의 갈등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단지 목숨을 건 사투만 있을 뿐이다. 기승전결 구도를 뚜렷이 갖추고 있는 이 만화는 이런 식의 비슷비슷한 에피소드를 통해 끊임없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싸움을 보여준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방에 뱀, 거머리 등의 동물을 집어넣거나 시어머니를 뜨거운 욕탕으로 유도하기도 하고 숲속으로 데려가 보자기를 덮어씌워 숨을 못 쉬게도 한다.

시아버지 스토리는 조금 다르다.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만큼 며느리에게 직접적으로 대항하지 못한다. 여기 나오는 시아버지는 개집에서 생활하는 할아버지와 매일 취한 상태로 며느리에게 당하는 할아버지로 다시 나뉜다. ‘아버님’이라는 푯말이 붙은 개집에서 생활하는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독약이 든 죽을 받아 맛있게 먹는다. 속이 불편해 며느리에게 “구급차 좀 불러다오”하면 며느리는 웃음까지 머금으며 “차라리 영구차를 불러드리죠”한다.

술취한 시아버지는 한 술 더 뜬다. 나무에 매단 끈에 목을 매도록 유도하지만 시아버지는 황당하게도 그 끈에서 그네타기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며느리가 괘씸하거나 불쾌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이 만화가 주는 아이러니다. 작가가 의도했던 것도 바로 이런 블랙 유머 속에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불행은 그저 불행 그 자체지만 타인의 불행은 희극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포착했다"며 “이 작품은 사람들의 불행을 담고자 한 것이지만 그리다 보니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싸움이 중심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 만화에서는 각 왼쪽 페이지 하단에 우표 크기 만한 컷이 실려 있는데 책을 빨리 넘기면 하나의 활동사진처럼 보여 또다른 재미를 준다.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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