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단체]행자부 방침에 문화부 '뒷북 반발'

  • 입력 2001년 3월 25일 18시 59분


문화 예술단체의 기부금 모금을 금지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문화관광부가 뒤늦게 뒷북을 치며 반발하고 나서 부처간 마찰을 빚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17일 문화 예술단체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고 문예진흥기금의 용도 지정 기부 금지, 문예진흥기금의 지방축제 사용 금지 등을 골자로 한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은 문화 예술단체의 기부금 모집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기업이나 일반인이 아무런 제약 없이 예술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문화예술진흥법에는 문예진흥기금을 기부할 때 특정 용도를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행자부는 입법 예고에 앞서 2∼10일 사이에 법 개정과 관련해 의견을 내도록 문화부에 요청했으나 문화부는 이 기간에 공식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그러나 입법 예고안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문화 예술계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판단에 따라 뒤늦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부 오지철(吳志哲) 문화정책국장은 “예술의 전당 등 문화 예술법인이 기부금을 모집하지 못하도록 하면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뿐아니라, 공연장 관람료에 의무부과하는 문예진흥기금 모금이 올해말로 폐지되는 상황에서 문예진흥기금의 용도 지정 기부를 금지하면 기부금이 현격히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국장은 이어 “이같은 문화부의 의견을 기획예산처 주관의 실무자 회의와 행자부에 구두로 전달하고 12일 문서로도 제출했으나 입법 예고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화 예술단체들도 “입법 예고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얼마되지 않는 기부금마저 끊겨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부는 입법 예고기간인 4월6일까지 행자부와 협의해 현행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행자부 관계자는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을 없애기 위해 정부의 주요 개혁과제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입법 예고 전에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정부혁신위원회 등을 거쳤고 문화부가 의견 요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고안대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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