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수능 출제원칙-난이도]수리外 4개영역 어려워질듯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48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난이도가 2년 전 수준으로 조정되고 9등급제가 도입되며 시험일이 1주일 앞당겨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출제방식이나 세부 내용은 지난해와 거의 같다.

평가원이 밝힌 출제 기본방향과 세부 내용을 소개한다.

▽출제의 기본 방향〓통합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 위주로 출제한다. 영역별 평균 점수는 최근 2년간 시험 결과를 참고하여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지난해 상위 50% 집단의 평균은 100점만점에 84.2점으로 영역별로는 △언어 90점 △수리탐구Ⅰ 74점 △사회탐구 인문 87.5점, 자연 89.2점 △과학탐구 인문 85.8점, 자연 90.7점 △외국어 83.1점 등이었다. 이로 볼 때 수리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이 지난해보다 상당히 어렵게 출제될 전망이다.

▽영역별 출제원칙〓언어영역의 경우 지난해 성적이 지나치게 높았던 점을 감안해 올해는 교과서내 출제를 줄이고 새로운 문제유형을 출제할 계획이다. 수리영역 주관식 문제는 6개, 정답이 두자리 숫자(음수 포함)로 된 문제는 5개, 두자리 숫자와 소수점(음수 포함)으로 된 문제는 1개 나온다. 사회탐구에서는 시사성을 띤 문제도 다룰 예정이며 과학탐구의 경우 중학교 이하 과정에 나오는 내용과 관련있는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외국어(영어)영역의 문항당 지문의 길이는 100개 내외의 단어로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200개 내외의 단어로 된 긴 지문을 사용한 세트 문항도 출제한다. 제2외국어는 총 30문항 중 발음 철자 어휘 문법 문화 등 4개 분야에서 3문제씩 12문제(40%)를 낸다.

▽등급제 적용〓소수점 점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소모적인 학력 경쟁을 막고 학교생활기록부 면접 논술 등 다른 전형 요소의 비중을 높여보자는 뜻에서 도입된 제도. 수능 9등급은 지원 자격 기준으로 활용되거나 영역별 전형에서 반영된다.

그러나 수능은 여전히 당락에 큰 영향력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등급은 수능성적 등수에 따라 상대평가로 정해지기 때문에 절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는 ‘자격시험’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총점 성적’에서 ‘등급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수능 성적표에 총점은 없어도 영역별 점수와 백분위 점수가 기재돼 점수로서의 기능은 여전히 살아있고 총점 계산도 가능하다. 실제로 주요 사립대들은 정시모집에서 수능 등급과 영역별 점수를 여전히 중요한 1차 전형자료로 삼고 있다.

▼상위 50% 평균 75~80점 목표▼

올 수능시험은 얼마나 어려울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현재 고교 3년생들은 상당히 어렵게 느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목표 난이도는 수험생 상위 50% 집단의 평균점수가 77.5±2.5점.

수능시험을 도입한 뒤 평가원은 75∼77.5점을 줄곧 이상적인 난이도로 내세웠다. 지난해의 84.2점은 ‘사고’였던 셈이다.

평가원은 지난해처럼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영역별로 현직 고교교사 1, 2명을 출제위원에 참여시키고 △수능 기출문제의 난이도를 검토하고 △수험생이 기존 유형에 익숙한 점을 감안해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해와 달리 쉬운 문제에 높은 점수를, 어려운 문제에 낮은 점수를 주는 ‘역(逆)배점’을 하지 않고 난이도, 사고수준, 소요시간 등을 고려해 차등 배점하겠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의 의도대로라면 올 수능시험은 2000학년도 수능시험과 난이도가 비슷할 것이다. 2000학년도 평균점수는 77.5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수험생의 학력격차다. 입시 전문가들은 우스갯소리로 “고교 3년생은 ‘단군이래 최저 학력자’”라고 말한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99년과 2000년 4월 당시 서울 고교 2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고사에서 2000년 2년생(현재의 고교 3년생)이 99년 2년생(현재의 대학 1년생)보다 인문계는 400점 만점에 27.1점, 자연계는 34.5점이 낮았다.

현재 고교 3년생은 고교 입학당시 연합고사가 처음 폐지돼 중학교 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고 98년 ‘대학 무시험 전형’이 발표돼 “공부 안해도 대학 간다”는 인식 때문에 선배들보다 공부를 소홀히 했다.

이 때문에 입시 전문가들은 “2000학년도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평가원의 의도와 달리 고교 3년생은 무척 어렵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최대한 감안해 목표 난이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수시모집 경쟁률 높을듯▼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수능시험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수험생들이 수시모집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입시제도의 변화를 우려해 ‘붙고보자’며 하향 안정지원으로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 가운데 현재 고교 3학년들의 학력이 낮은 점을 감안해 입시에 재도전하는 ‘대학생 재수생’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B고교 교무부장은 “수능이 어려워지면 수능성적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는 정시보다 수시모집을 노리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5월 수시모집의 경쟁률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상당수 대학들이 지난해까지는 수시모집시 고교장추천제 형식으로 지원 인원을 제한했지만 올해부터는 인원 제한을 없애고 수시모집 기회를 늘림에 따라 지원자가 대거 몰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평가관리실장은 “수능시험이 어려워질 경우 반복 학습효과 때문에 재수생이 유리한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입시에서 하향 지원 추세가 뚜렷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신입생들이 재수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설 입시기관들이 현재 고교 3학년생의 학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도 대학생들의 재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달라지는 성적표…원점수만 소수점 표기▼

수능이 등급제로 전환됨에 따라 성적표 표기 방법도 달라진다.

성적표에 표기되는 점수는 △정답을 맞힌 문항의 점수를 단순히 더한 원점수 △원점수의 상대적 서열을 알려주는 백분위점수 △선택과목의 난이도 차이에 따른 수험생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점수를 통계적으로 처리한 표준점수 △영역별 표준점수에 가중치를 곱해 400점 만점이 되도록 산출한 변환표준점수 △변환표준점수의 백분위점수 등 5가지.

지난해와 달리 모든 점수의 소수점 표기는 사라진다. 또 총점 표기란이 없어지고 대신 영역별 등급과 5개 영역 종합 등급이 표시된다.

영역별 등급은 소수점 둘째자리(소수점 셋째자리에서 반올림)까지 산출된 변환표준점수를 기준으로, 5개영역 종합등급은 영역별 변환표준점수를 합한 점수를 기준으로 매긴다.

그러나 성적표 원점수만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표기하기로 했다. 실제 계산 과정에서는 원점수의 소수점을 계속 살려서 백분위점수 표준점수 변환표준점수 등을 구하기 때문에 원점수를 사사오입해 정수로 표기할 경우 “원점수가 같은데 왜 백분위점수나 등급 등에서 차이가 나는가”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외국어 점수는 5개영역 종합등급에 합산하지 않고 응시과목명 없이 따로 표시한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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