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일본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길

입력 2001-03-20 11:26수정 2009-09-2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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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생을 위한 일본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미국으로 건너간 모리총리는 19일 미일정상회담에서 부시대통령과 경제회복을 위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고 같은 날 일본은행은 사실상의 제로금리 복귀를 발표했다.

일본정부가 이처럼 신속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결국 일본경제가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음을 의미한다.

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연구원은 LG주간경제 최근호를 통해 위기에 빠진 일본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길을 제시했다.

첫 번째 길은 일본은행이 국채 인수를 확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도해 예금자들의 희생위에 기업의 채무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이 정책을 택하면 실질채무의 삭감효과로 부실채권의 문제가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국채에 대한 신용이 떨어져 내외투자가들은 국채를 매도하게 되고 일본금융기관들은 보유채권의 막대한 평가손을 입을 수도 있다.

또한 엔화는 지난 1998년의 달러당 140엔대를 넘는 초엔저 현상이 재발해 당시보다 더 엔저가 가속화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엔저 현상의 심화는 아시아통화의 동반하락을 유도해 반발이 크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인플레이션 정책은 중남미등과 같이 비효율적인 기업이나 산업의 부실화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두 번째 길은 경제에 대한 일시적 충격을 감수하면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일시적으로 경제가 크게 침체돼 재정적자가 악화되는 문제가 있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적 자원의 수익이 높고 효율적인 분야로 이전을 촉진해 장기불황을 극복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이 정책을 위해선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 효과 이전에 나타나는 경제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금융완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저부가가치 산업과 재래식 제조업위주의 산업이 지식집약형 구조로 바뀌면 장기적으로 아시아경제와의 공생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치적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현 실정을 감안할 경우 이 정책의 결정은 상당히 어려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길은 근본적 대응을 피하면서 응급대처로 문제해결을 미루는 것이다.

이 선택은 10년 넘게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일본경제를 20년 불황으로 이어가는 길이다. 이 경우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경제도 10년 불황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산업의 쇠퇴와 인구구조노령화는 10년 혹은 15년 후 일본의 경상수지를 적자로 반전시키고 재정을 파탄시켜 세계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지평 연구원은 이 같은 세가지 길 중에 일본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정치적인 리더십에 의해 좌우될 것이지만 현재 일본의 경제상황으로 미루어 두 번째나 세 번째 길의 중간정도를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일본경제는 10년 후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서 큰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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