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1달러 1300원시대]엔화 장단에 춤추는 원화

  • 입력 2001년 3월 19일 19시 06분


지난해 11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환율이 어느새 1300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환율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환(換)리스크’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해외에 유학생을 둔 부모와 이민과 유학을 준비중이던 사람들도 부담이 크졌다. 달러를 보유하려는 심리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환율 1300원 시대’가 어떻게 펼쳐질지 시리즈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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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환율은 엔―달러환율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한때 1300원을 돌파했던 환율은 당분간 국내 수급요인보다는 엔―달러환율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수급요인으로만 보면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이 달에 들어올 예정인 외국인 직접투자자금만 10억달러에 달해 환율이 크게 오를 이유가 없다.

▼글 쓰는 순서▼
- 환율 왜 오르나
- 우리 기업 준비됐나
- 달러로 계산할게요
- 고환율시대 환테크

현재 엔―달러환율의 향방은 19일(미국 현지시간)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 미일 양국이 엔화절하(엔―달러환율 상승)를 용인할지 여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엔화에 따라 춤추는 원화가치〓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엔화가치가 급락(엔―달러환율 상승)한 이후로 엔화가치와 원화가치가 절하된 폭이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말 엔―달러환율은 109엔, 원―달러환율은 1139원이었으나 3월19일 엔화를 124엔, 원화를 1300원으로 볼 때 절하폭이 각각 12.1%와 12.4%로 나타났다.

한은 이응백 조사역은 “원화환율이 엔―달러에 연동되는 정도가 약 70%에 이른다”고 말했다.

원―달러환율이 엔화가치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엔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수출경쟁력 측면에서 원화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이 보고 있기 때문. 실제 원화와 엔화가 10 대 1이 되어야 우리나라의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귀추 주목되는 엔―달러환율〓현재 123엔대인 엔―달러환율이 단기적으로 오를 것(엔화가치 하락)이라는 게 국제외환시장 참가자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일본의 모리 요시로 총리가 일본경제 회복을 위해 ‘제로금리정책’으로의 회귀를 강력히 시사한 데 이어 19일 저녁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도 일본 경기회복을 위해 엔화 약세를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인원 부장은 “일본은 재정정책이나 금리정책으로 경기를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엔화약세를 용인해 수출을 늘림으로써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달러화 강세가 유지되면 일본이 보유한 3500억달러의 미 재무부채권 등 달러외화자산을 일부 팔아 금융기관 부실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일 오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미일정상회담에서 엔화약세에 대해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여서 미국이 마냥 ‘달러 강세, 엔화 약세’를 용인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달러환율의 전망과 물가관리비상〓국제 금융기관의 엔―달러와 원―달러환율의 전망은 극히 엇갈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6개월∼1년 ‘엔화 강세, 원화 약세’를 전망하는 반면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은 ‘엔화 약세, 원화 강세’로 내다보는 등 기관별로 차이가 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단 원―달러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하더라도 추가적인 급등을 이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엔화가 장기적으로는 강세로 갈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을뿐더러 우리나라의 국내 달러수급요인이 아직까지는 양호한 편이어서 급등장세로 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원화가 10% 절하될 경우 소비자물가가 1.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봐 앞으로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물가 관리에 각별한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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