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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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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 기율의 집안에서 자란 복녀도 원조교제의 길로 들어서면서 윤리관에 변화가 생긴다. ‘일 안하고 돈 더 받고, 긴장된 유쾌가 있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고….’ 왕서방과의 교제는 소위 3박자가 갖추어진 삶의 비결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최근에는 어엿한 집안에서 성장해 학교 성적이 우수한 여중생이 원조교제를 해 충격을 주었다. 경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의 원조교제도 복녀의 타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넉넉한 용돈으로 화려한 생활을 추구하다 3박자의 타락에 한번 빠져들면 마약처럼 끊기가 어려워진다.
▷복녀의 타락은 타율적으로 시작됐지만 이 시대의 복녀는 자발적으로 원조교제를 개업한다. 왕서방네 채마밭 대신에 인터넷 휴대전화 전화방이라는 정보통신시대의 인프라가 수요와 공급을 손쉽게 연결시켜준다. 경찰에서 원조교제 수사는 비교적 쉽고 실적이 잘 올라 인기가 높다. 원조교제 여학생의 휴대전화 통화기록만 조사하면 용의자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나온다. 어느 여중생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에서는 100명이 넘는 왕서방 명단이 나왔다.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은 일반 매매춘과 달리 돈을 주고 미성년자의 성을 산 남자를 처벌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습관적으로 원조교제를 하는 질 나쁜 여학생들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어른의 책임이 더 무겁다. 우리 사회는 선진국에 비해 청소년을 보호하는 사회 의식이 낮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7월부터는 원조교제를 행한 어른들의 명단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니 바람기 많은 남자들은 패가망신하지 않도록 조신(操身)할 일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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