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파괴로 탈레반 정권 국제적 고립 심화

입력 2001-03-15 17:20수정 2009-09-2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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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바미안 거대 석불의 파괴를 계기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국제적 고립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14일 석불 파괴 작업에 대해 편향적인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영국 BBC 방송의 카불 사무실을 폐쇄하고 특파원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도록 명령했다.

카불에는 BBC 외에도 프랑스의 AFP통신, 미국의 AP통신, 영국의 로이터통신 등의 상주 사무실이 있다.

한편 미국은 1989년 케냐 및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숨어있는 것으로 보고 신병 인도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그에 대한 제재의 하나로 이날 미 뉴욕에 있는 탈레반 연락사무소를 폐쇄했다.

탈레반은 원래 '구도자 학생'을 뜻하는 말로 94년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과격파 이슬람 학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무장조직이다.

지도자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는 이 조직을 이끌고 89년 소련군 철수 이후 계속된 내전을 틈타 97년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여성의 공공교육 폐지, 가혹한 이슬람식 처벌 부활 등 급진적인 이슬람 정책을 펴면서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됐다. 특히 라덴을 비호한 혐의로 미국 등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아 왔다.

탈레반은 정권을 장악한 직후 우상 숭배를 금지한 이슬람 정신에 어긋난다며 불교 유적을 모두 없애겠다고 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당시 "불상을 보존해 달라"고 탈레반 지도자에게 청원서를 쓰기도 했으나 이후 상당한 불교 유적이 훼손됐다.

최근의 대대적인 불상 파괴는 끝 없는 내전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내정이 파탄에 이르자 탈레반 정권이 국민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계산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상 파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와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아프가니스탄의 내정은 더욱 피폐 상태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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