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출신 여성 판사가 佛 고위층 부정사건 맡아 화제

  • 입력 2001년 3월 14일 15시 56분


현재 프랑스에서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엘프 스캔들 재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외국인에다 여성이라 특별히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 예심판사 에바 졸리(57). 졸리 판사는 12일 시작된 이 스캔들 재판에서 프랑스 최고위층 내부의 부정부패를 파헤치고 있다.

이 스캔들은 1991년 롤랑 뒤마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이 대만에 톰슨-CSF가 제작한 프리깃함 판매를 허용하는 댓가로 국영석유회사 엘프-아키텐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건.

이 사건은 프랑수와 미테랑 대통령 시절 두 차례 외무장관을 지낸 뒤마 전 장관을 비롯해 엘프-아키텐의 전 경리책임자 알프레드 시르방 등 프랑스 정재계의 거물들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뒤마 전 장관의 정부(情婦)였던 크리스틴 드비에 종쿠르가 6400만프랑(약 115억2000만원)을 받고 엘프측의 로비스트로 활약한 사실이 밝혀지고 시르방이 4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2월 초 필리핀에서 체포돼 법정에 출두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엘프 스캔들의 중심인물인 뒤마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프랑스의 최고사법기관인 헌법위원회 위원장을 사임하기 직전까지 이 재판을 맡은 졸리 판사와 다른 사건 담당 관계자들에게 숱한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초반 프랑스어와 문화를 배우고 싶어 고향인 오슬로에서 무작정 프랑스로 건너 온 졸리씨는 외국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에도 불구하고 법관이 됐다.

그가 이번 재판을 책임맡게 된 것은 여성에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심 없이 학연과 가문으로 뭉쳐진 프랑스 파워엘리트 집단의 비리를 잘 파헤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인지도 모른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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