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 '묻지마 日진출' 작년부터 이상열기

입력 2001-03-12 18:33수정 2009-09-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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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벤처기업의 ‘묻지마 일본 진출’이 늘고 있다. 국내시장 위축에 따라 현지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적극 진출하고 있으나 준비 부족으로 철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벤처기업의 일본행 러시는 지난해 초 시작됐다. 이네트가 일본에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커머스21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자 정보통신(IT) 관련 벤처기업이 물밀듯이 진출했다.

최근 도쿄에서 결성된 한국벤처클럽 회원사는 40여개사. 이밖의 다른 업체와 오사카 등 지방에 진출한 업체까지 합치면 100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업체가 130여개사나 된다. 그러나 일본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보인 한국 벤처기업은 아직 극소수이며 기술력을 과신한 나머지 치밀한 준비 없이 서두르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훨씬 많다. 산업자원부가 벤처기업 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달 도쿄에 한국IT벤처센터를 설립했지만 정보통신부와 설립 경쟁을 벌여 ‘부처간 생색내기를 하며 무분별한 진출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일본사무소 박병준(朴秉駿)소장은 6일 “일본에서의 사업 성패는 얼마나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느냐에 달렸다”면서 “파트너를 확정하지 않은 채 막연한 환상만 갖고 진출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많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A사가 대표적인 사례. 국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일본에 진출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철수하고 싶지만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 이미 1억엔(11억원)이나 쓴 탓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B사의 경우는 파트너를 잘못 찾은 경우. 지난해 8월 일본업체로부터 합작 제의를 받고 서둘러 일본에 진출했으나 상대방은 IT와 전혀 관계없는 제조업체였다. 결국 고전하다 5개월만에 철수했다. 일본시장에 신경을 쓰다보니 한국쪽 사업도 엉망이 돼 버렸다.

한국 벤처업체간에 한 파트너를 두고 과당 경쟁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통신분야에서는 10여개 업체가 한꺼번에 NTT도코모 등 일본의 대형 통신회사와 제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어 협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KTB네트워크 일본사무소 강경구(姜敬求)소장은 “일본은 초기 사업비용이 한국의 3∼4배나 되며 철수시 부동산 해약이나 종업원 해고 등에 어려움이 많다”며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에서 마케팅 체제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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