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한통 민영화 출발부터 '삐거덕'…1차지분매각 무산

  • 입력 2001년 2월 8일 19시 00분


7일 마감된 한국통신의 정부 지분 14.7%에 대한 국내매각 입찰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민영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의 자금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4조원대의 막대한 지분을 내놓은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지적한다.

이번 입찰에는 삼성 LG 포철 SK 등 참여가 예상됐던 주요 기업들이 모두 불참했다. 일단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청약물량이 미미할 것으로 보여 정부 소유 지분 5097만2225주를 매각하기는 어렵게 됐다.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은 이번에 이어 다음 달에 정부지분 15%를 해외에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 33%를 내년 6월까지 국내외에 매각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매각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면서 전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통부와 한국통신은 8일 긴급회의를 열고 매각 부진에 따른 대책을 장시간 논의했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입찰 참여사와 경쟁률의 공개마저 미루고 있다. 한국통신과 주간사인 삼성증권에도 “입찰결과를 알리지 말라”는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이다.

정통부와 한국통신은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몇 개월 뒤 국내 매각을 다시 시도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요기업들은 경영권과 무관한 지분매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입 물량이 5%로 제한되고 동일인 지분도 15%한도에 묶여있기 때문.

현재 검토되고 있는 한국통신지분의 재매각을 위한 대안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한국통신 주식과 바꿀 수 있는 교환국채 발행이나 국민주 공모 등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민영화 이후 한국통신의 소유지배구조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결론이 먼저 나와야 지분 매각이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정통부는 소유 지배구조 방안을 6월까지는 대주주가 지배하는 특정주 형태와 특별한 주인이 없는 국민주 방식, 포철처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채 전문경영인을 두는 세 가지 방안 중에서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동일인 지분한도를 높여 특정기업의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특정주 형태에 대해서는 한국통신 내부의 반발이 많고 특혜 시비의 소지가 있어 이 또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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