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뻥 손님 많은 걸 보니 경기 안좋구먼!"

  • 입력 2001년 1월 16일 00시 03분


영하 15도에 육박하는 14일 오전 대전 중구 목동 제일프라자옆 길 모퉁이.

‘뻥’소리와 함께 주변 5m는 하얀연기로 뒤덮이고 구수한 튀밥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이곳에서 ‘뻥튀기’를 파는 김만근(金萬根·80·사진)옹은 지난 25년동안 이 일만 해왔다.처음에는 자전거를 이용해 대전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10년전 중풍을 앓고부터는 이곳에 정착했다.

“손님 수를 보면 경제사정을 알지.” 기름으로 튀긴 과자에만 익숙해 있는 어린이들의 부모가 사정이 어려워지면 값싼 뻥튀기에 몰린다는 것.

그는 2남2녀의 자식들을 모두 뻥튀기를 해 키웠다. 하루 2만∼3만원의 매상으로 어엿한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지독한 절약정신 때문.

김옹은 25년전 구입한 짐자전거를 아직도 아무 불편없이 타고 다닐 정도로 아끼고 있다. 중구 목동 15의 330 집에서 사용하는 전화기는 20년전에 산 손가락을 집어넣고 돌리는 구식전화기.

마당 곳곳에는 동네에서 주워온 각종 고물이 즐비하나 김옹의 손을 거치면 누구나 탐을 내는 새 것으로 변한다.

“어려울땐 아끼는게 최고지.쌀 한되 튀기는 비용 3000원이면 자녀 한 달 간식비로 거뜬하지.”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