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한국어린이탐험대, "걸어서 서울까지"

  • 입력 2001년 1월 8일 17시 02분


"힘들지만 아직 더 걸을 수 있어요. 갈 수 있다면 금강산까지라도 가고 싶어요"

한국어린이탐험대(회장 김지묵)의 '겨울방학 국토탐험'에 참가한 초·중·고생 82명이 전남 목포를 출발한지 9일만인 7일 서울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반원초등학교에 도착해 꿈에 그리던 엄마 아빠를 만나 힘차게 포옹한 뒤 해단식을 가졌다.

지난 29일 출정식을 갖고 30일 전남 목포를 출발한 탐험대는 함평, 고창, 공주, 천안, 오산을 거쳐 서울에 도착하는 총 400㎞에 달하는 국토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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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0여㎞씩 10시간 이상을 걷는 고된 일정과 혹독한 겨울 날씨 속에서도 탐험대원들은 2인 1조로 손을 꼭 잡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도전정신'을 불태웠다.

영하 10도 안팎의 혹한 속에서 길을 나선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추위도 배고픔도 아니었다. 보고싶은 엄마 아빠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그리움이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가족과 집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하나하나 깨닫는 것이 있다는 대원들은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평야와 별들 가득한 밤하늘이 가장 인상깊다고 말했다.

새벽 3시 30분, 선생님들의 호루라기 소리에 습관처럼 일어난 대원들은 빠른 동작으로 침낭을 정리했다. 동아닷컴 기자가 동행 취재에 나선 공주에서 천안까지 45.7㎞의 거리를 걷는 일정은 어린 학생들에게 조금 빠듯해 보였다.

새벽의 찬 공기가 코와 입술을 따갑게 만들며 오래 전에 졸업했을 법한 '콧물'까지 흘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동안 동쪽 산 너머로 아침해가 떠오를 때면 대원들은 매일같이 해맞이 행사를 벌였다.

"와아"

늘 보는 태양이지만 그 따뜻함을 이제야 알았는지 그렇게도 반가운 모양이었다.

"아침에 해가 뜨면 무서운 것도 덜하고 힘이 나요"

새벽길을 걷다보면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던 전은희(12·서울 성동 무학초등 5년)양은 "한 10여㎞를 걷고 나서 아침을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라며 새벽출발의 또다른 장점을 자랑했다.

가장 나이가 어려 오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전은미(9·서울 성동 무학초등 2년)양은 3일전부터 발바닥이 아파 약간씩 절룩거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전양은 "아프지만 서울까지 갈거예요. 엄마, 나 서울가면 맛있는거 많이 해주고, 도착할 때 꼭 나올거지"라며 엄마생각에 울먹였다.

대부분이 초등학생인 대원들은 발에 물집이 생기거나 체력이 바닥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휴식시간 동안 출발할 때 어머니가 써주신 편지를 읽어보는 김정원(11·서울 면남초등 4년)군은 "이젠 적응이 되서 아픈 줄도 모르겠어요"라며 "서울 가면 엄마한테 신발이나 사달라고 해야겠어요. 바닥이 다 떨어졌거든요"하고 씩 웃어보였다.

국토의 소중함과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도전하는 모습을 체험하게 할 목적으로 진행된 한국어린이탐험대의 국토순례는 93년 시작돼 올해로 17회째를 맞는다.

탐험대가 지금까지 걸어다닌 거리는 무려 6천㎞가 넘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6번이상 왕복한 거리이다.

가장 선두에 서서 학생들을 이끌고 있는 김지묵(서울 서래초등학교 교장)대장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다들 열심히 걷고 있고, 서울에 도착하고 나면 달라진 자신들의 모습에 스스로 놀랄 것"이라며 대원들을 격려했다.

한편 국토탐험대는 ▲부모님께 편지쓰기 ▲지금 걷고 있는 지역 10가지 알기 ▲투병중인 어린이 돕기 모금운동 ▲양로원 방문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대원들에게 보다 실천중심의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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