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동호/'금강산사업' 정부지원 안된다

  • 입력 2000년 12월 31일 18시 04분


금강산 관광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중단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민간기업의 특정사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오지랖이 넓은 일이며, 그럴 의사도 없다. 어려움 때문에 사업을 중단하든, 무리해서라도 계속하든 그것은 현대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에 대해서는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말할 권리가 있고, 이른바 전문가로서는 그래야 할 책임이 있다. 할 말은 간단하다. “원칙을 벗어난 정부 지원은 있어서는 안된다.”

우선 정부는 대북경제정책도 경제정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시장경제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대북사업이라고 해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본질적으로 대북사업과 국내사업은 다른 것이 아니다. 어떤 사업이건 우리 기업이 실행하는 것이며, 기업의 판단에 의해서 추진되는 것이다. 기업의 등을 떠밀어 대북 진출을 강요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어렵다고 지원하는 것도 안된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어려움은 사업 자체가 수익성이 없다는 데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며,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특정기업을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햇볕정책에 대한 비난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정책은 민간활동을 규제하고 촉진하는 제도적 틀일 뿐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다고 해서 햇볕정책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햇볕정책으로 불리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 유용성이 높은 정책이며, 앞으로도 유지돼야 할 정책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실패하면 이는 무리한 사업의 실패요 무리한 사업을 추진한 기업의 실패일 뿐이다.

정부는 대북 협상력의 축소를 우려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그 반대다. 대북정책에 대한 우리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대북 협상력을 제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북한에 당당하고 담담하게 말하면 된다. “우리 체제상 정부가 민간활동을 직접 지원할 수는 없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어려움은 무리하게 추진한 기업의 문제이며, 동시에 무리한 조건을 요구한 북한의 문제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유지하려면 북한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의 원칙 없는 지원은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북한에 계속 끌려다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내경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경제정책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의 불신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대북사업이라고 해서 특정기업이나 특정사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역시나’ 하는 반응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바로 우리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소지가 있다.

햇볕정책의 성과라던 금강산 관광사업의 위기, 그 안타까움이야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앞으로 진행될 수많은 사업도 생각하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새로운 발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원칙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인 남북경협 발전의 가장 중요한 문제다.

조동호(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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