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농주/적성―희망 맞춰 전공 선택을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8시 18분


본격적인 대학 입시철이다. 특차모집이 마무리되고 27일부터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대학 진학 때문에 고민하는 수험생들에게 학과 선택에 관한 기준이 될만한 사항들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한 뒤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학업에 대한 흥미나 적성과 무관한 선택은 대학생활은 물론 인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정대학에 가기 위해 적성을 무시하고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이들은 대학에 들어가도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강의실 밖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학업에 관한 내용을 소화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학생의 경우 전공선택의 대상을 인문계 사범계 어문계 일변도에서 이공계 등 직업적 수요가 커질 수 있는 학과로 넓히라고 권하고 싶다. 여성들이 반도체 기술자, 생물공학 전문가, 전파 엔지니어, 정밀기계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미래에는 이런 선택이 도움이 될 것이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을 공부한 여성들이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2∼4년 뒤에는 과학분야의 일자리에서 보다 많은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수험생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선택한 뒤 그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노동능력을 쌓을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수험생들에게 자기 의견을 보다 많이 개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수험생 본인도 자기 소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수능시험 점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점수에만 맞춰서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겪는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는 모 대학 학생생활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신입생들의 전공 선택 불만족도가 40%나 된다는 통계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휴학한 뒤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다시 지원하기 위해 수능시험을 준비하거나, 전공에 대한 부적응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4년제 대학만 고집하지 말고 2년제 대학이라도 하고 싶은 공부라면 적극적으로 선택하라는 충고도 해주고 싶다. 애니메이션학과, 영상음악과, 다이어트정보학과, 당구학과 등 2년제 대학에도 비전있는 전공이 많다.

마지막으로, 지원하려는 대학의 문화와 학풍, 전공하려는 분야의 전공교수가 얼마나 있는지, 진학 후에 활동하고 싶은 동아리가 있는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 대학은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을 사귀고 집단생활을 통해 서로 협력하며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팀플레이를 배우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활에서 동아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배움터다. 모기업 인사부장은 ‘대학 스킨스쿠버 동아리에서 2년간 활동한 경력을 높이 평가해서 사원으로 채용했다’고 말할 정도로 대학에서의 동아리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김농주(연세대 취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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