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새만금사업 막바지 진통…국회예산안통과 여부 주목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8시 44분


새만금간척사업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91년 착공이래 갯벌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던 이 사업은 21일 국회에서 1134억원의 내년 예산을 통과시키느냐에 따라 사업의 지속 여부가 사실상 결정난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나온 민관합동조사단의 보고서를 토대로 사업 계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조사단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고 허위보고 의혹마저 제기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책임을 떠맡게된 국회에서도 총 50명의 예결특위 의원 중 26명이 예산배정 보류를 주장하는 등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어떤 사업이기에〓새만금간척지는 면적이 4만100㏊(1억2030여만평)로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르고 방조제 길이만 33㎞인 대역사. 이중 2만8300㏊는 토지, 1만1800㏊는 담수호를 만들 계획이며 주로 농경지로 활용된다.

문제는 새만금 갯벌이 전국 조개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371종의 습지생물이 서식하며 저어새와 황새 등 희귀조류가 모여드는 생태계의 보고라는 점. 더 큰 문제는 갯벌을 메울 경우 천혜의 수질정화기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방조제 공사는 60%가량 진척됐으나 갯벌 고사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조개류 생산량은 60% 이상 줄었고 연해 어종들도 속속 사라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 근해어업을 거의 포기하고 정부 보상금과 간척지 분배를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은 1조2000여억원. 어민 2만여명에게는 4300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찬성론자들은 지금 와서 사업을 그만둔다면 세금낭비일 뿐만 아니라 방조제 철거비용도 엄청나다는 입장이다. 반대론자는 앞으로 더 투입될 세금을 감안한다면 이제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맞선다. 착공 때 추정한 공사비는 8200억원이었으나 99년 재추정한 수치는 2조2137억원, 감사원이 수질개선자금까지 포함해 산정한 비용은 6조원에 이른다.

▽‘계속하자’ 대 ‘그만둬야’〓전북 출신 국회의원들과 도공무원, 일부 주민들은 사업 강행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간척이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다. 예산 책정을 반대하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이를 감안해 ‘전북발전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경론자들이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명색이 농경지가 언제 공해를 배출하는 산업단지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

강현욱(姜賢旭·민주당)의원 등 전북 출신 의원과 전북도 관계자들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간척지를 복합산업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은 한 때의 제안에 불과하고 중앙정부 토지계획에 따를 것”이라며 “새만금호 수질개선은 충분히 가능하고 갯벌은 방조제 건설 후에 또다시 생길 것이므로 파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장일(楊將一)환경조사국장은 “이미 전북도는 국토종합개발계획에 새만금 복합산업단지를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며 “친환경적 농경지 이용은 ‘축산폐수 94.5% 감축’ 등 무리한 조건이 즐비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는 사업구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환경연합 최열(崔冽)사무총장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文奎鉉)신부 등 10명의 시민운동가는 19일부터 국회와 조계사에서 새만금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도 이번 국회를 큰 고비로 보고 있다.

종교인 2000명과 민주노총, 전국농민연합회 등도 최근 연이어 새만금간척 반대성명을 발표했고 해외에서도 7월 역대 골드만환경상 수상자 모임이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는 선언을 발표한 이후 국제적 이슈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양국장은 “사업의 타당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배정한다면 환경문제 이전에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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