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태명/'IMT 한국'위해 힘모아라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8시 41분


대학입시보다 훨씬 치열했던 IMT―2000 사업자 선정작업이 비동기 사업자 2곳을 선정하는 것으로 전기 시험을 마감했다. ‘후기’는 내년 2월에 1개의 동기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다. 세계의 유무선 통신망이 하나의 인프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고속의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첫번째 장을 넘긴 것이다.

▼사업권 획득에 만족해선 안돼▼

차세대 통신기술로서 국가경제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IMT―2000의 첫번째 장이 정부 주도의 사업자 선정 과정이었다면 두번째 장은 업체가 주도하는 서비스 준비 과정으로 채워질 것이다. 사실상 첫번째 장이 쓰여지는 동안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흔들리는 배처럼 어렵게 항해를 해야 했다. 목적지에 대한 선장의 신념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기본을 짚어보기로 하자.

우선 SK텔레콤의 SK IMT와 한국통신의 한통IMT는 사업자 선정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해야한다. 즉 사업권 획득을 돈벌이가 되는 장터를 마련했다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미래 국가경제의 열쇠를 국민으로부터 넘겨받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IMT―2000 사업을 단순한 무선통신사업으로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도약을 이루는 계기로 승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사업자는 심사 과정에서 제시된 제안서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제안서가 단지 사업권 획득을 위해서만 사용되었다면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만일 사업자가 제안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는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언제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될 것인가’하는 것도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비동기식 기술 수준이 낙제점 이하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30% 정도의 기술도 자체적으로 보급할 수 없는 현실에서 서비스 시점을 결정하는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정보통신의 발전 과정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빨리빨리’에만 집착해 왔다. 단말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자체 기술력의 열세로 인해 해외로 새어나가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최고’가 되고자 노력해왔다. IMT―2000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혹시 우리가 지나치게 실적주의에 지배당했거나 외형만을 중요시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최초’를 위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위해 서비스 시점을 찾도록 사업자들이 서로 협조하기를 기대한다. 서비스 시점에서 적어도 60% 이상의 자체 기술력은 갖춰야 해외시장 진출과 국가 정보통신산업의 도약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장이 쓰여지는 동안 정부는 선정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와 갈등을 분석하고 국가 정보통신산업의 총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왜 정부의 정책과 산업계의 주장이 엇갈리는지를 면밀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IMT―2000을 단일 사업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한국이 지향하는 경제, 문화, 산업 정책과 맞물려 진행되는 정보통신산업의 일부로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통신산업은 더 이상 독립적인 산업이 아니라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국산화율 60%이상 만들어야▼

세번째의 장이 펼쳐질 때의 주인공은 당연히 소비자인 국민이 될 것이다. 따라서 IMT―2000 사업의 초점이 국민생활 편의에 맞춰지고, 사업의 이익과 성과가 국민 경제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신나는 국가 사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비록 사업자 선정에서는 한 걸음 물러났어도 LG글로콤과 하나로통신은 한국 통신업계의 기둥임을 국민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LG글로콤의 비동기식 장비와 하나로통신의 초고속 통신망이 IMT―2000 인프라의 중심부에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하루빨리 IMT―2000 사업자 선정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정보통신산업에 기여하는 주축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태명(성균관대 교수·경실련 정보통신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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