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펀드매니저"내년 세계경제 98년위기 재연"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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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은 내년의 세계 금융시장 상황이 98년 하반기 상황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아시아와 남미에서 일어난 외환위기로 미국까지 신용공황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메릴린치가 전세계 펀드매니저 245명을 상대로 12월 4∼7일에 실시한 월간 정기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의 내년 경제전망은 미국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위기에 몰렸던 98년 9월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 펀드매니저들의 내년 전망은 설문조사가 시작된 97년 이후 가장 나빴다.

펀드매니저들은 그러나 내년의 위기 상황은 98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각국의 금리인하와 금융완화정책으로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분위기였다.

13일 메릴린치에 따르면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의 28%가 98년 하반기처럼 신용경색이 엄습할 것으로 전망했다. 23%는 극심한 경기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서 활동중인 23명중 1명만이 세계경제나 아시아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최근 기대를 많이 모았던 중국 경제가 약진할 것이라는 믿음도 크게 약화됐다.

펀드매니저들이 이같은 위기상황의 돌파구를 미국의 금리인하와 각국의 긴축완화 정책에서 찾은 점도 98년의 경우와 흡사하다.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의 60%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1·4분기 중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미국 펀드매니저들은 대체로 FRB가 내년중 0.75%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절반의 미국 펀드매니저들은 이같은 시의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경우 내년 2·4분기 이전에 미국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모든 지역의 펀드매니저들은 자신이 활동중인 지역의 증시가 저평가돼 있으며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TMT주식(기술주, 미디어주, 정보통신주)이 ‘비중축소’상태(편입비중이 모델지수상의 비율보다 적은 상태)에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가장 선호하는 주식은 제약주, 금융주, TMT주 등. 메릴린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한 가치주의 투자수익률이 성장주에 비해 높을 것이며 금리인하로 증시 랠리가 시작된다면 성장주와 금융주가 앞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펀드매니저들 중에는 홍콩과 중국의 주식을 많이 사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은 대체로 중립에 가까웠다. 금융주와 경기방어주를 선호했으며 기술주에 비해 가치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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