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기로에선 그린스펀 의장"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0시 20분


오랫동안 미국 경제의 과열을 경계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 정책'을 견지해 온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마침내 새로운 기로에 직면했다.

어떻게 하면 건국 이후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것을막느냐는 게 FRB의 정책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의 미국 경제는 경기 과열을 우려해 1년도 안되는 사이에 단기 금리를 여섯번째로 올려야 했던 7개월 전과는 판이한 상황으로 이제는 경제의 연착륙을 이끌 정책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지난 5일 뉴욕의 금융인회의에서 "이미 활력을 어느정도 잃은 경제에서는 신중성이 확대되고 금융 자산 가치가 줄어 가계와 기업 지출의 급격한 위축을 예고하거나 촉진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똑 떨어지는 말을 내던지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린스펀 의장으로서는드물게 정책적 판단을 확실히 드러낸 장면으로 금융계는 FRB가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FRB는 오는 19일 통화신용정책 결정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오래 견지해 온 인플레이션 경계 입장 대신 경기 과열과 급격한 추락의 위협을 동시에 고려하는 중립적인 정책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RB의 정책 기조 전환은 곧 금리 인하를 의미하는 것으로 월 스트리트가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주가 폭등으로 화답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미국 경기의 둔화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3.4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4%로 4년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30년만의 최저 기록인 3.9%를 유지하던 실업률이 11월에는 4%로 올랐다.

금융기관들의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기업과 가계가 모두 신용 경색을 느끼고있으며 주택 거래가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에는 시기상조이며 내년으로 접어들어야 실현될 공산이 크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가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임금은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올랐고 지난 1년동안 폭등세를 보인 에너지 가격도 위협 요인이다.

한편으로 경기 경착륙을 걱정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여전히경계해야 한다는 게 FRB가 현재 처해 있는 딜레마이기 때문에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다 내년에 경기 하강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고 있다는 판단이 든 뒤에야 금리 인하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낼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합뉴스=이도선특파원yd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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