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메시아'는 영원하다…세계가 헨델의 오라토리오로 술렁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30분


“메시아는 서구 문명의 거대한 기념비이며, 인류의 신화다.” (니컬러스 캐년·음악학자)

세계의 연말은 헨델의 오라토리오(성서 오페라) ‘메시아’로 술렁인다. 1742년 ‘메시아’가 초연된 에이레 더블린을 비롯, 전세계의 크고 작은 공연장과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린 이 작품을 공연하기 때문.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국립합창단(8일)의 ‘메시아’ 연주회에 이어 ‘브니엘 콰이어 초청 메시아 대연주회’(17일) 등의 무대가 마련된다.

기독교권을 중심으로 한 세계인의 ‘메시아’ 사랑은 특히 다른 명곡에 비해 유별나다. 다른 명곡들이 인기의 부침을 겪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발표된 뒤 258년 동안이나 베스트 명곡 상위 순위에서 단 한번도 물러서지 않았다. ‘메시아’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매력은 무엇일까.

독일 출신으로 영국에 귀화한 바로크시대 대작곡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의 중기 오라토리오이자 대표작. 예수 출생의 예언부터 사망과 부활에 이르는 일대기를그렸다.

초연 두달만에 ‘메시아’의 인기는 폭발지경이 됐다. 아일랜드와 잉글랜드의 신문들은 ‘공연장이 혼잡하니 여성은 폭좁은 치마를 입고, 남성은 칼을 차지 말라’고 권했을 정도다. 헨델 사후 25년이 지난 뒤에는 영국 국왕이 ‘할렐루야’ 합창에 감동한 나머지 기립해 다른 청중들까지 따라 일어났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788년에는 모차르트가 관현악부를 고전주의 스타일로 확대 편곡해 인기에 불을 붙였다. 19세기 중 ‘메시아’의 인기는 전 유럽과 신대륙으로 퍼져나갔고 영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메시아’ 연주교육이 정규과정이 되기도 했다. 연주자의 숫자를 늘리는 일이 유행해 1834년 런던에서는 644명이 한 무대에 올라 ‘메시아’를 연주해 화제가 됐다. 20세기 들어 ‘메시아’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시즌 연주에 필수적으로 끼는 ‘정규 레퍼토리’로 정착됐다.

▼메시아, 왜 사랑받나▼

음악학자와 연주가들은 아 작품에서 광대한 정신력의 크기와 가슴 깊이 와닿는 격정과 감동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 매력의 원천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①오페라와 종교음악의 중간〓장르상 오라토리오에 속하는 ‘메시아’는 교회음악보다 오페라에 가깝다. 오페라 고유의 드라마적인 힘과 긴장이 살아있어 미사곡이나 칸타타보다 기복이 크고 감정표현이 깊다.

②필생의 대작〓‘메시아’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중에서 중기에 속하는 작품이지만 성서속의 ‘슈퍼스타’인 예수의 일생을 시작부터 끝까지 담았다는 점에서 그의 다른 작품과도 뚜렷이 구별된다. 헨델은 자신의 음악경력을 결정하는 필생의 도박을 했고 모든 역량을 이 작품에 쏟아넣었다.

③가사가 영어〓독일어나 라틴어로 된 다른 교회음악 작품보다 전세계에 빨리 퍼질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다.

④작곡기법 혁신〓낭송풍 노래를 크게 줄이고 매력적인 선율의 아리아와 합창을 늘렸다. 합창곡의 끝부분마다 가장 단순한 화음진행을 사용하면서 각 성부가 가까운 음높이로 모이게 해서 연약한 인간에게 내리는 신의 확고한 은총을 강조한다.

미국인과 재미 한국음악인으로 구성된 브니엘 콘서트콰이어가 17일 7시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메시아 대공연’을 갖는다. 소프라노 박정원 박미혜, 테너 최승원 등이 일찍이 활동했던 합창단이다. “곡의 생략이나 변형이 없는 가장 바로크적인 메시아를 선보이겠다”는게 지휘자 이병천의 다짐. 박미혜 장현주 김태현 김명지가 솔리스트로 참가한다.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5000∼5만원. 02―2268―2758

성탄절인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가톨릭 개신교 화합과 일치를 위한 성탄축하음악회’가 열린다. 연합합창단과 김인혜 장현주 강무림 김요한 등의 협연으로 ‘메시아’ 하이라이트와 베토벤 ‘코랄 판타지’ 등이 연주된다. 지휘 장윤성. 1만∼3만원. 02―2000―9724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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