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성한 서울마주협회장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54분


영국에서는 경마장을 ‘민주주의 훈련장’으로 여긴다.

분수에 맞는 베팅으로 경마를 즐길 줄 아는 의식과 자제력을 발휘할 때 민주주의의 토양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마가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일반 국민에게 인식돼 있는 것이 현실.

과연 경마는 도박성 레저일 뿐일까.

지성한 서울마주협회회장으로부터 한국경마의 문제점을 들어본다.

―한국경마의 현주소는….

“한국경마는 78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경마팬이 1000만명을 돌파했고 매출액 연간 4조원으로 외형상으로는 세계7위의 경마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경마가 농가소득의 향상과 고용증대 등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마는 세금을 거둬들이는 조세원으로서의 역할만 강조돼 참다운 경마문화의 창달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경마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면….

“우선 낮은 환급금과 ‘징벌적’ 조세정책에 따른 과다한 세금, 관료적 경영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의 저변에는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마팬에게 돌아가는 ‘환급금 72%’가 적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경마국은 경마팬의 손실을 극소화하고 경마의 저변확대를 위해 75% 이상을 환급해주고 있다. 호주가 환급률이 가장 높은 84%이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82%, 홍콩 81.5%,영국 76.9%, 일본 74.2%순인데 한국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각종 세금과 징수금에 문제점은 없는지, 경마발전에 쓰이고 있는지….

“한국경마장의 하루 매출액은 400억∼500억원, 연간 4조원에 이른다. 그 중 72%가 마권을 산 경마팬에게 환급되는 돈이고 세금 및 각종 명목의 징수금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21%나 된다. 문제는 21%의 돈이 경마와 관계없는 곳에 쓰인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트레이닝센터조차 없다. 일본경마의 매출액은 한국보다 13∼14배가 되는데 그 중 13%나 되는 엄청난 액수를 경마산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물론 부족한 지방재정을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마에 대한 재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경마도 개방압력을 받게 될텐데 그에 대한 대비책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따라 국제스포츠인 경마도 개방에 예외일 수 없다. 한국경마가 좀더 자리를 잡게 되면 경주마 수입자유화와 외국인 소유마의 국내경주 출전, 외국인에게 마주 및 조교사 기수 면허허용 등 개방압력이 거세질 것이다. 대비책은 경마의 모든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밖에 없다. 일본은 95년부터 매년 5∼10%씩 개방했고 지난해까지 55%를 개방했지만 오히려 켄터키더비 등 세계경마에서 우승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경마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시행돼야 할 제도는….

“경마이익금을 경마산업에 재투자하는 것을 과감히 허용해 국제화에 대비해야 하며 매출액에 연동하는 경마상금제도의 정률제 확립이 절실하다. 외국처럼 ‘민간경영마인드’를 도입, 경마와 연관된 관광상품을 개발해 외국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고 위성중계망을 통한 동시간대 국가간의 동시베팅으로 그 영역을 넓혀 외화획득의 길도 하루빨리 터야 한다.”

―마사회의 농림부 이관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데 마주협회의 의견은….

“우리협회는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는 대로 따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마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어떻게 세계화시켜 나갈 것인가이다. 경마발전이 전제가 된다면 어디가 주무부처가 되든 큰 문제는 없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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